"나의 9번째 컬링 국가대표, 띠동갑 동생들과 함께"
베테랑 김수혁 "평창 국가대표 탈락 아픔 뒤로하고 새 출발"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지난 8월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은 이변이 넘친 대회였다.
여자컬링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경북체육회(스킵 김은정)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갑내기들로 이뤄진 춘천시청(스킵 김민지)에 패하며 태극마크 유지에 실패했다.
남자컬링 태극마크는 창단 3년 차인 서울시청이 가져갔다. 결승전 상대는 2013-2014시즌부터 4년 연속으로 국가대표를 유지했던 강원도청이었다.
서울시청은 지난해 기존 스킵이 입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 1월 1일 베테랑 김수혁(34)의 합류로 스킵의 빈자리를 꽉 채웠다.
김수혁은 이번에 개인 통산 9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9년 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현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에서 처음 국가대표로 출전한 그는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남자컬링 금메달리스트다.
2013-2014시즌부터 4년 연속으로 남자컬링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강원도청의 스킵이 바로 김수혁이었다.
그러나 강원도청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2017-2018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1차전에서는 우승했지만, 2·3차전에서 경북체육회(스킵 김창민)에 내리 패하며 태극마크를 내줬다.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수혁은 컬링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김수혁은 "선발전 1차전에서 이기면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탈락했다. 이후 방황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재호 서울시청 감독의 격려로 다시 빙판 위에 섰다.
그는 "감독님께서 '올림픽이 전부가 아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냈다. 다시 컬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호(42) 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방송 해설가로 변신, 스톤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한 '컬링 노트'와 '아재 개그'로 주목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감독과 김수혁은 2008-2009시즌 강원도청에서 팀 동료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김수혁은 가슴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공식연습을 소화한 김수혁은 "컬링 국가대표라면 해마다 참가하는 중요한 대회다. 한국에서 열리니 어깨가 더욱 무겁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띠동갑 동생들을 이끌고 있기에 김수혁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서울시청 남자컬링은 스킵 김수혁, 리드 이동형(22), 세컨드 이정재(22), 서드 정병진(22), 후보 황현준(21)으로 구성됐다.
이 감독은 "김수혁이 저와 어린 선수들의 중간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김수혁의 형님 리더십을 칭찬했다.
김수혁은 오히려 '나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 팀워크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띠동갑에서 '띠'라는 단어만 빼면 동갑이다. 나이 차가 있지만, 12년이라는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다. 친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형님이 처음 오실 때부터 지금까지 저희 입장에서 생각해주셨고, 우리는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김수혁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며 장난스럽게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수혁은 이미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지만, 다른 팀원들은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다. 그러나 김수혁은 "조언은 딱히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컬링 21년 차다. 오히려 많은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게 독이 될 수 있다. 저는 오히려 이 대회에 나올 때마다 부담이 커진다. 부담감은 저 혼자만 삭히고, 후배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 그럴 때 더 잘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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