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1등' 중견기업들 시련…바닥 찍고 회복하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화장품 등 소비재 분야 업계 1위 기업들이 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이들 1등 기업이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며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턴어라운드(개선)가 쉽지 않다는 보수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실적 등에서 바닥을 찍고 적극적인 투자와 성장 전략을 통해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 고전하는 1위 기업들
화장품업계 1위를 독주해온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을 극복하지 못해 '어닝 쇼크'를 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6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2천784억원으로 5.7% 늘어났으나 당기순이익은 481억원으로 39.8% 감소했다.
증시에서 아모레퍼시픽은 5개월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시가총액 30위권 안에 턱걸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사드 사태에 대한 시장 대응이 더뎌지면서 회복도 늦어지는 것 같다"며 "업계에선 경쟁사들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전 렌털 1위 코웨이[021240]는 실적 개선폭이 크지 않은 데다 최근 매각 추진으로 대주주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천8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웨이는 주가가 10개월 전 대비 반 토막이 나 시총 순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구업계 1위 한샘[009240]은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한샘의 별도 기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8%, 71% 각각 감소했다. 주택거래 감소 영향이 컸다. 주가는 1년 새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는 실적 부진보다 작년 말 이후 기초여건(펀더멘털)과 무관한 이미지 악화 요인과 주식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낙폭이 커진 탓이다.
밥솥 1위 쿠쿠홀딩스[192400] 역시 사드 여파로 작년에 매각 감소 등으로 고전해왔다.
◇ "턴어라운드 기대"…한길만 판 '전문성'에 신성장 전략 추진
시장에선 이들 1등 기업이 오랜 기간 독주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다가 위협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등을 지켜온 업계 전문 중견기업 중 일부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채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 정체를 맞곤 한다"며 "새로 도약할 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곧 바닥을 다지고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이 회복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면 성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브랜드 경쟁력과 국내 영업력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 내년에 국내외 모두 성장세를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화장품 조직 체계를 브랜드 중심으로 바꾸고 성장 유통 채널 대응력도 강화했다. 라네즈,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의 인도·필리핀·중국 진출 등 해외 사업도 확대한다.
한샘 역시 부동산 경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집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제안하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 혁신으로 주택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리모델링 공사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망을 리모델링 사업에 초점을 맞춰 바꾸고 있다. 200∼400평 규모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은 2020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노후주택이 늘고 자가 거주율이 높아지는 등 인테리어 시장 확대는 예견된 변화"라며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또 최근 800억원 규모 문정동 부지 매각 결정 등 현금도 확보해 전력을 가다듬고 있다.
쿠쿠는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쿠쿠전자 밥솥 국내 면세점 판매량은 9월보다 73.2% 증가했다.
쿠쿠는 국내에서 밥솥뿐 아니라 전기레인지 판매에 주력하고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코웨이는 웅진그룹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다시 '웅진코웨이' 브랜드로 탈바꿈해 그룹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웅진은 웅진에너지 등 일부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코웨이 중심으로 그룹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윤석금 웅진 회장은 "코웨이 인수는 그룹의 미래이자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코웨이는 더 큰 꿈을 품고 사업을 확장해 무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코웨이는 그러나 웅진그룹의 자금 조달과 경영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아 M&A 과정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우세하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 금액 중 4천억원만 맡고 스틱인베스트먼트 5천억원, 나머지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 웅진 측이 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으나 코웨이 주가는 M&A 발표 후 20% 넘게 하락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코웨이는 최근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이 주춤하다"며 "후발주자의 점유율 확대와 인수 후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 로열티 등 비용 증가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문 판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고, 홈쇼핑 등 시판 채널 성장, 경쟁 가전업체의 렌털 시장 진출 등으로 높은 프리미엄 적용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