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또 통보 없이 인니인 가정부 사형집행…외교갈등 초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성폭행에 저항하다 고용주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인 가사 노동자에 대한 사형집행을 강행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외교갈등이 초래됐다.
1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달 29일 살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투티 투르실라와티(33·여)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메카 주 타이프에서 가사 노동자로 일하던 투티는 2010년 5월 고용주를 둔기로 살해한 뒤 현금 등을 챙겨 달아났다가 체포돼 이듬해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그는 고용주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해 왔다.
랄루 무함맛 이크발 인도네시아 외무부 해외국민보호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투티의 사형이 집행된다는 사실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도 않았다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주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인도네시아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1년과 2015년에도 폭언과 감금 등에 시달리다 고용주나 고용주의 가족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가사 노동자를 참수해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21개 중동 국가에 대한 이주 노동자 송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인도네시아인 노동자가 해당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않아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도네시아 비정부기구(NGO) '미그런트 케어' 등 해외 노동자 권익보호단체들은 투티의 사형집행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노동자 송출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지 일각에선 내년 4월 총·대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 정부가 강경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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