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종헌 이틀째 불러 조사…'사법농단 윗선' 입 열까
변호인 "구속 부당, 검찰에 협조할 수 없다"…늦어도 내달 15일까지 기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연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구속 전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임 전 차장이 태도를 바꿔 '윗선'의 개입 여부에 입을 열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9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임 전 차장을 소환했다. 27일 새벽 구속된 임 전 차장은 전날 오후 검찰에 나가 구속 이후 첫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30개 안팎에 이르는 혐의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각각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서울남부지법 한정위헌 제청결정 취소 ▲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차·박 전 대법관은 2013∼2014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징용소송 지연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사건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임 전 차장은 구속 전 네 차례 검찰 조사에서 윗선과의 지시·보고관계에 대해 자세한 진술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그보다 앞서 조사한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심의관들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임 전 차장과 공범 관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이 태도를 바꿔 이미 확보된 증거에 부합하는 진술을 내놓는다면 윗선의 범죄혐의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을 보좌하며 각종 의혹에서 '핵심 중간책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윗선의 추가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기기 전까지 계속 불러 윗선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최대한 진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임 전 차장은 아직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변호하는 황정근 변호사는 SNS에 "법리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부당한 구속"이라며 "검찰 수사에 일체 협조할 수 없다"고 적었다.
검찰은 27일 구속한 임 전 차장을 늦어도 다음 달 15일까지 기소해야 한다. 임 전 차장 기소를 전후해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세 명의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이 차례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전 차장 측이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 중이어서 검찰 수사계획에 변수가 생길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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