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받을까?…일제 강제징용 임금 '13년 재판' 끝이 보인다
대법원, 오는 30일 일본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판결
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재판 기다리다 동료·아내 다 떠났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우리 할망구가 일본에서 못 받은 돈 받으면 같이 쓰자고 그랬는데…."
13년 동안 이어진 지난한 재판의 끝자락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는 허망하게 먼저 떠난 아내를 떠올렸다.
일본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일한 대가를 제때 받을 수만 있었다면 아내와 더 행복한 생활을 꾸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응어리로 남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재판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씨는 "아무 의미도 없는 재판인가보다 싶었다. 대한민국 재판은 썩은 재판이다"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재판이 길어진 사이 이씨와 함께 재판을 시작한 동료 3명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등졌다.
이씨는 유일하게 남은 이 소송 생존자가 됐다.
그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는 말로 먼저 간 동료들을 아쉬워했다.
이씨는 17살이던 1941년 일본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보국대에 지원했다.
하지만 보국대는 일제가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한껏 부풀어 있었던 이씨의 기대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이씨는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가마이시 제철소에 배치돼 하루 12시간씩 철재를 나르는 단순 노동을 해야 했다.
기술을 배울 기회는커녕 임금조차 주지 않았다.
뜨거운 철재 위로 넘어져 생긴 큰 흉터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만큼 배를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일본군에 징집될 때까지 그렇게 2년을 일한 이씨는 속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라고 사실상 자포자기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 돈을 받기 위해 가마이시 제철소를 다시 찾았지만 전쟁으로 이미 폐허가 돼 있었다.
이씨는 동료 3명과 함께 2005년 한국에서 소송을 시작했다.
결과는 1·2심 모두 패소. 동료들이 앞서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것을 두고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줬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재판을 2심 재판부로 되돌려 보냈다.
이 취지에 따라 서울고법은 신일본제철이 이씨와 동료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7년을 끌어온 이 소송의 끝이 보이는 듯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5년 넘게 판결 선고를 미뤘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사태가 터진 후에서야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배당하고 오는 30일 선고하기로 했다. 소송제기 1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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