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 INF 파기, 강력한 대북 비핵화 경고 메시지"
"미사일로 포위, 사전 경고 없이 공격 가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 파기를 선언하면서 러시아의 거듭된 협정 위반과 세계에서 가장 야심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지만, 실제 이면에는 북한에 보내는 강경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지적했다.
WP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INF를 파기하고 나선 것은 북한에 대해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만약 당신들(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 나라 주위를 중단거리 미사일로 포위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당신 정권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관을 지낸 티센은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은 북핵 비핵화 문제에서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 위협이 북핵 협상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소련의 SS-20 핵미사일 배치에 대응해 수백 기의 퍼싱2 중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를 결정했다. 미사일 배치 결정은 유럽에서 상당한 반발을 초래했으나 소련에 대한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 결국 INF를 비롯한 주요 군축협상이 타결되는 계기가 됐다.
티센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찬가지로 INF를 파기함으로써 북한에 유사한 압력을 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은 협정을 파기함으로써 이제 괌이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지들에 수백 기의 재래식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INF는 사거리 300-3천400마일(500-5천500km) 사이의 재래 및 핵미사일의 지상 배치를 금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이 지역에 배치되면 무력시위를 위해 번거롭게 항공모함을 한반도 근해에 파견할 필요가 없으며 북한은 상시로 미군의 타격범위 내로 들어서게 된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해리 해리스 전 미 태평양 사령관(현 주한대사)은 중국이 현재 세계 최대의,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갖추고 있으며 만약 INF 당사국이었다면 보유 미사일 가운데 95%가 INF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북한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적 우위를 우려하는 중국도 코앞에 미국의 미사일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티센은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INF 때문에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비해 전략적 불리에 놓여왔다면서 만약 아시아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미국은 중국과 대적하는 데 본토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INF 파기 즉시 태평양 지역 지상발사대에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으며 그동안 협정 때문에 금지돼온 음속의 5배나 되는 초스피드의 신형 무기들도 배치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과 중국에 대규모 전략적인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INF를 파기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새로운 대규모 협상 수단(bargaining chip)을 갖게 된 된 셈이라면서 이제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할 새로운 유인(incentive)을 갖게 됐고 중국 역시 북 비핵화를 압박해야 할 전략적 이해를 갖게 됐다고 칼럼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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