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美볼턴, 러측 카운터파트와 회담…한반도·'INF 폐기' 논의(종합2보)
러 안보서기 "북한 관련 미국 행보, 관계 개선 남북한 노력 환영"
"중거리 핵전력 조약 유지 중요성 강조"…러 외무장관과도 회담
23일엔 푸틴 대통령과 면담 예정…미·러 긴장 고조 국면에 방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 수석 격)와 만나 회담했다.
전날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방러한 볼턴 보좌관의 첫 모스크바 일정인 파트루셰프 서기와의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 국가안보회의 공보실은 이날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뒤 보도문을 통해 "이란 핵합의, 시리아·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상황과 한반도 핵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역 현안뿐 아니라 미·러 협력 문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공보실은 "회담이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양측은 전략적 안보 문제와 관련한 여러 수준에서의 미·러 간 대화를 구축하기 위한 전망에 대해 솔직히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도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회담에서 군축 조약과 시리아, 이란, 북한 문제 등과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 관련 논의에서 파트루셰프 서기는 북한 주변 상황 정상화를 위한 미국의 행보와 양자 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한의 노력을 환영했다고 공보실은 전했다.
미·러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의사 표명으로 위기에 처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파트루셰프 서기는 "협정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재차 밝히고 이 조약 이행과 관련한 서로의 이의 제기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작업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보실은 소개했다.
파트루셰프는 조약 파기가 모든 국제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INF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협정(INF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파트루셰프 서기와 볼턴 보좌관은 또 회담에서 2021년 만기되는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신전략무기감축협정)를 5년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밖에 양국 신뢰 분위기 조성과 협력 강화에 도움이 될 여러 제안도 논의했다고 공보실은 소개했다.
볼턴 보좌관은 파트루셰프 서기와의 회담에 이어 이날 저녁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찬을 겸한 회담을 열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 보도문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시리아 상황, 아프가니스탄 정세,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상황 등을 포함한 국제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분쟁 해결과 테러리즘과의 효율적 전쟁, 전략적 안정성 유지를 위한 양국 간 협력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볼턴은 23일엔 크렘린궁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면담할 계획이며,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와도 만날 예정이다.볼턴 보좌관의 방러는 시리아·우크라이나 문제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크게 악화한 미-러 양국 관계가 미국의 INF 조약 탈퇴 경고로 더 심각한 긴장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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