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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가죽을, 서울시장은 공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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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가죽을, 서울시장은 공원을 남긴다
모습 드러낸 박원순표 '마곡 서울식물원'…서울 최대 식물원이 특징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 베이' 모델로…개장 첫주말 16만명 방문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역대 서울시장은 임기 중 서울에 공원을 하나씩 만들어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민선 시장부터 따져보면 조순 시장은 여의도공원을, 고건 시장은 상암 월드컵공원을 만들었다. 이명박 시장은 서울숲 공원, 오세훈 시장은 북서울 꿈의숲 공원을 남겼다.
모든 서울시장이 자신의 이름표를 단 공원을 만든 것은 돈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로 뒤덮여있던 5·16 광장이 여의도의 허파로 변했고,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던 난지도는 생태 공간이 됐다.
뚝섬을 재개발한 서울숲은 동북권 주민들의 오아시스가 됐고, 쇠락한 놀이공원인 드림랜드는 강북 대표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원'인 마곡 서울식물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 시장 취임 7년 만이다.





서울시는 강서구 마곡지구 한가운데 있는 서울식물원을 지난 11일 임시 개방했다.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공간으로 면적(50만4천㎡)이 어린이대공원(53만6천㎡)과 비슷하고, 여의도공원(22만9천㎡)의 2.2배다.
녹지 공간이 부족한 마곡 등 서남권 주민들의 요구가 컸기에 일단 개방한 뒤 다듬어 내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기로 했다.
공원은 크게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 최대의 식물원이 들어선 게 특징이다.
아직 서울식물원 곳곳은 나무와 풀을 심는 작업이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상태다. 잔디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아 시커먼 흙이 드러나 있는 곳도 많다.
그런데도 '동네공원'을 손꼽아 기다렸던 인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개방 첫 주 주말에만 16만명 이상이 공원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 나온 부부,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 산책 나온 연인들이 주를 이뤘다.
서울식물원은 쓰레기 산을 공원화한 월드컵공원처럼 완전히 새로운 공원은 아니다. 마곡지구에 공원 부지가 따로 정해져 있었던 것을 박원순 시장이 '도시형 식물원'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마곡은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곳이다.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 단지와 강소기업이 모인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논밭이던 곳을 완전히 바꿨다. 이 계획은 이명박 전 시장 때 최초로 세워졌다.
박 시장은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었다면 마곡을 개발하지 않고 논밭 상태로 둬 '도시농업'의 중심지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이명박 전 시장이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만든 개발 계획을 완료한 서울시장으로 남게 됐다.
박 시장이 공원 안에 서울 최대 식물원을 들인 이유는 뭘까. 서울시 관계자들은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보하며 셀카를 찍어 유명한 곳으로, 싱가포르의 대표 도심 공원이다. 축구장 141개 면적에 해당하는 매립지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원을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공항에서부터 산업단지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역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공원, 녹지를 조성해 '친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했다.
서울시는 인천공항, 김포공항과 가까운 마곡 서울식물원에 서울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맡긴 셈이다.
이원영 서울식물원장은 "정식 개장하는 내년 5월까지 공원 이용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보행로가 불편한 곳이 있다면 고치고, 식물도 계속해서 심을 예정"이라며 "공연·행사 등 볼거리도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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