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상털기·마녀사냥' 맘 카페, 회원들이 나서 순기능 회복해야
(서울=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 맘 카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기능과 부작용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첫째가 '정보 왜곡'이다. 이 사건은 최근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에서 보육교사 A씨가 자신에게 안기려던 원생을 밀쳤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김포의 인터넷 맘 카페에 A 씨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글이 꼬리를 물었다. A 씨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 씨는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였다.
둘째는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이다. 인터넷 공간상의 이 고질적인 병폐는 김포 맘 카페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A 씨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만나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의 친척이 A 씨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공개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마녀사냥 하듯 비난 댓글이 쇄도한 것이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대상을 무차별 공격하는 인터넷상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셋째는 특정 집단과 계층에 대한 '혐오'다. 보육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이제는 비난의 화살이 맘 카페로 쏠렸다. '맘 카페가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 글이 쏟아졌다. 청와대 청원 글도 넘쳐났다. '가장 먼저 신상털기가 시작된 맘 카페를 폐쇄하라'라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등 김포 맘 카페 사건과 관련된 글이 20여건이나 올라왔다. '맘충'(육아를 이유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엄마)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혐오 정서가 맘 카페에 대한 집중포화를 부추겼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육아와 교육, 실생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맘 카페는 지역별로 조직돼 있고, 규모가 큰 곳은 회원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다. 집단 응집력이 강해 인터넷 공간상의 거대조직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맘 카페의 부작용이 최근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충남 서산에서는 맘 카페 운영자들이 '광고제휴 사전조사'를 빌미로 음식값을 내지 않았다. 맘 카페에 광고·홍보를 요구하거나 협박을 하는 사례도 있다. 권력화한 맘 카페의 전형적인 '갑질'이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맘 카페의 순기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맘 카페는 일종의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맘 카페를 통해 엄마들은 주된 관심사인 육아와 교육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감시자 역할도 한다. 보육실태를 고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바람직한 역할이다. 정보 왜곡과 신상털기, 마녀사냥 등을 맘 카페만의 문제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맘 카페의 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스스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맘 카페의 자정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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