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 안에 '초전 박살'…저비용 고성능 미국산 대포 샌즈의 괴력
9월 이래 홈런 12방 중 10개가 3구 이내 공략 결과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에 온 지 갓 두 달 된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1·넥센 히어로즈)의 괴력이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최대 볼거리로 떠올랐다.
샌즈는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5회 2타점 적시타, 7회 결정적인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10-6 승리와 함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홀로 4타점을 수확한 공로로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원도 받았다.
샌즈는 6-5로 다시 앞서간 7회 무사 2루에서 KIA 4번째 투수 김윤동의 초구 속구(시속 144㎞)를 잡아당겨 왼쪽 스탠드로 미사일처럼 뻗어 가는 2점 홈런을 쏴 KIA에 결정타를 날렸다.
마이클 초이스를 대신해 지난 8월 7일 넥센 유니폼을 입은 샌즈는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액 10만 달러(약 1억1천245만원)짜리 저렴한 선수로 야구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을 뛰었고 통산 홈런 10개를 남겼으며 1루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그의 이력보다 너무나도 싼 몸값이 화제에 올랐다.
KBO리그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벤치에 주로 앉았던 샌즈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투입됐고 25경기에서 홈런 12방과 37타점, 타율 0.314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2경기당 1개꼴로 대포를 생산해 마이너리그 통산 홈런 180개를 터뜨린 이력이 거짓이 아님을 샌즈는 입증했다.
김윤동에게서 뽑아낸 홈런에서 보듯 넥센의 '복덩이' 샌즈는 아주 공격적인 타자다.
한국에서 뛴 기간이 무척 짧았기에 상대 팀 투수들을 제대로 분석할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노리던 공, 좋은 공이 들어오면 볼 카운트에 상관없이 무차별로 방망이를 돌린다.
샌즈의 정규리그 기록을 보면, 홈런 12개 가운데 10개가 3구 이내 공격 때 나왔다.
초구를 공략해 3개를 펜스 바깥으로 보냈고, 2구와 3구째엔 각각 3개,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3구 이내 공략했을 때 타율이 0.436(39타수 17안타)에 달할 정도로 초전 박살형이다. 홈런 평균 비거리도 124m에 달해 힘은 장사라는 평을 듣는다.
경기 수를 능가한 타점 수에서 보듯 이정후, 서건창 등 빼어난 테이블 세터가 누상에 있다면, 샌즈의 위력은 더욱 배가된다.
빠른 승부를 좋아하는 기질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샌즈는 빅리그에서 뛸 때 초구에 홈런 1개, 볼 카운트 1볼 0스트라이크에서 1개, 2볼 0스트라이크에서 3개, 0볼 1스트라이크에서 1개 등 10개 홈런 중 6개를 3구 이내에 터뜨렸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를 예측하는 감각이 좋다.
초반 대결에 강한 만큼 볼 카운트가 길어질수록 약점도 확실하다.
KBO리그에서 투수와 4구 이상 상대할 때 샌즈의 타율은 2할대로 뚝 떨어졌다. 얻어낸 볼넷은 6개에 불과하고 삼진은 27차례 당했다.
샌즈와 대적할 한화 투수들의 대비책은 사실상 정해졌다.
주자가 있을 때 샌즈를 만나면 유인구를 활용해 최대한 신중하게 던져야 한다. 초구부터 무심코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간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샌즈는 한화와의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어 서로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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