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세상 비튼 예술 '한강변의 타살' 재현하다
1968년 기성문화세력 고발한 강국진·정강자·정찬승 해프닝
13일 양화한강공원서 재해석한 퍼포먼스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 수상한 예술 행위(?)를 시종 지켜보던 10여명의 관중과 40여명의 기자들은 날씨도 추운데 이 무슨 미친 짓이냐는 표정이다."
1968년 10월 19일 자 경향신문이 전한 풍경이다.
신문 발행 이틀 전, 서울 제2 한강교(현 양화대교) 아래 모인 젊은이들은 삽으로 구덩이를 파서 잠깐 들어갔다 나온 뒤, 문화고발장이라는 것을 쓰고 이를 불태웠다.
한국청년작가연립회원이자 홍익대 미대 졸업생인 강국진·정강자·정찬승이 조준한 대상은 사이비 예술가인 '문화사기꾼'부터 사실과 추상을 지조 없이 오가는 '문화곡예사'까지 구태의연한 기성 문화세력이었다.
한국 행위예술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히는 해프닝 '한강변의 타살'이다.
행위예술 반세기를 맞아 '한강변의 타살'을 재조명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13일 양화대교 아래 양화한강공원에서 진행됐다.
퍼포먼스 작가 문재선, 심혜정, 정기현, 허은선이 옛 작업을 재연하면서도 변화한 도시환경에 따라 새롭게 해석한 해프닝을 선보였다. 원로 작가 성능경 또한 초대 퍼포먼스 '시불의 맛'을 했다.
이들 작가는 "전통과 단절할 것을 선언하고 정통주의 미학에 반기를 들었던 아방가르드 문화예술 운동의 전위적 용기를 계승하고자 한다"라면서 "거대자본 시장으로 둔갑해 또다시 표류하는 예술계가 균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판아시아(퍼포먼스아트네트워크아시아)가 주최하고 퍼포먼스 그룹 SO:R0가 주관했다. 강국진기념사업회에서 제작·후원을 맡았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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