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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살해 의혹에 사우디 왕세자 공들인 개혁이미지 큰 타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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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살해 의혹에 사우디 왕세자 공들인 개혁이미지 큰 타격(종합)
CNN "빈 살만 왕세자 현대화 계획이 시들고 있다"
사우디 증시에도 타격…14일 오전 7% 폭락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의 여파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이달 23일 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제까지 카슈끄지에 관한 보도들에 대단히 불안하다(troubled)"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란계 미국인인 코스로샤히는 지난주 야시르 빈오트만 알루마이얀 PIF 사장과 통화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끔찍하다"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리야드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알루마이얀 사장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설득했지만, 코스로샤히는 결심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PIF는 우버에 35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알루마이얀 사장은 우버 이사회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코스로샤히 외에도 김용 세계은행 총재,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밥 배키시 비아콤 CEO, 스티브 케이스 AOL 창업자 등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 영국의 대표로 FII에 참석할 예정인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도 불참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를 보도하기로 했던 CNBC,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 언론사도 취재, 보도 계획을 접었다.
FII는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행사로, 사우디 왕실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개혁 과제들을 내걸고 서방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행사다.
지난해 이 행사가 빈 살만 왕세자가 세계 경제계 유력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리로서 역할을 했던 것에서 정반대로 역전된 분위기다.
빈살만 왕자는 세계 경제계의 유력 인사를 초청, 지난해 처음 연 이 행사에서 5천억 달러 규모의 메가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을 야심 차게 발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 '개혁적이고 젊은 중동의 차세대 주자'로 데뷔하는 데 성공했다.
빈살만 왕자는 이 행사에서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전환하겠다"면서 강고한 이슬람 율법에 얽매이고 폐쇄된 석유 왕국 사우디를 정상 국가로 대변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패널토의에서 구형 2G폰을 꺼내 '과거의 사우디'로, 최신형 스마트폰을 보이며 '미래의 사우디'로 비유한 장면은 전 세계로 방송됐다.
지난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테판 슈워츠만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욕과 런던 증시 사장 등 65개국에서 2천500여명의 경제계 거물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잇따른 불참 통보에도 사우디 정부는 예정대로 올해 FII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사우디 전문가들은 카슈끄지 의혹이 그동안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해온 빈 살만 왕세자의 노력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루스 리들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NYT에 "빈 살만 왕세자는 3년 반 넘도록 개혁가, 심지어는 혁명가로서의 이미지를 빚어내려 몹시 애써왔다"며 "이제 그 베일이 갈가리 찢겼다"고 꼬집었다.
CNN은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제시한 탈석유 계획 '비전 2030'을 성사시키려면 서방의 투자가 절실하다면서 "거대한 PIF를 담보로 서방의 돈을 끌어들이고, 경제를 개방하고 사우디를 21세기로 이끌려는 그의 계획이 그의 눈앞에서 시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빈 살만 왕자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그가 지금은 왕세자이고 왕위 승계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에게) 사우디 정치는 잔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우디 정부의 기획 암살설은 우방 미국까지 압박하고 나서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동안 터키 당국이 그의 살해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음성·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사우디 증시의 첫 거래일인 14일 오전 거래 개시 2시간 만에 주가지수(타다울)가 7% 폭락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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