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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암살지시' 결론"…국제적 파문확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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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암살지시' 결론"…국제적 파문확산(종합)
친정부 언론 "법의학자 포함된 '암살단' 소행"…신원·얼굴·동선 공개
피살되는 장면 찍힌 동영상 확보설도…국제사회 압박 가중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세 왕세자를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터키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사건의 파문이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9일(현지시간) 전해졌다.
특히 현지 친정부 언론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사우디 요원 일행의 구성과 동선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사우디 최상층부가 개입한 조직적 암살 의혹이 더욱 증폭하는 양상이다.
영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했으며, 맹방인 미국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투명한 결과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 "터키 정부 '카슈끄지는 암살됐다' 결론"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 최고위층의 지시로 암살된 것으로 터키 정부가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터키 보안당국 고위급의 말을 인용,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도 안 돼 사우디에서 온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고 시신도 그들에 의해 분리됐다고 전했다.
보안당국의 관리는 이러한 상황을 '펄프픽션'(Pulp Fiction)이라고 묘사했다. 통속 소설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펄프픽션은 1994년 제작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할리우드 범죄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격의 '작전'은 오로지 사우디 최고위급 지도자들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암살 임무를 띤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이 2대의 전세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왔고, 이 가운데 1명은 시신 해부 전문가로서 시신을 분리하는 역할을 했으리라 추정했다.
이들 일부는 사우디 정부 또는 보안기관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터키의 대표적인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는 이들 15명의 이름, 얼굴, 출생연도를 공개했다. 신원과 사진의 출처는 제시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요원 일행 중 1명은 사우디 언론에 '법의학 전문가'로 소개된 인물로, 사우디법의학회 이사회 일원이다.
특히 카슈끄지가 피살되는 장면을 사우디 요원들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터키 보안당국이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정부 논평가는 "그가 살해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 사우디 암살단은 어떻게 움직였나
터키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에 따르면 지난 2일 사우디 왕실이 자주 이용하는 걸프스트림 IV 전세기 2대가 15명의 요원을 태우고 리야드 공항을 떠난다.
이 가운데 1대는 같은 날 오전 3시13분 터키 아타튀르크공항에 9명을 태우고 도착, 총영사관 근처 2개의 호텔에 체크인하면서 3박을 예약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예약을 돌연 취소하고 밤 10시46분 공항을 이륙, 두바이를 경유해 리야드로 돌아갔다.
두 번째 전세기는 그날 오후 6명을 태우고 오후 5시15분에 이스탄불에 내렸다.
이들은 총영사관으로 갔다가 공항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착륙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6시20분 카이로를 경유해 리야드로 돌아갔다.
터키 경찰이 경비초소에 달린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1시14분 카슈끄지가 들어가는 장면은 찍혔으나 나가는 장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제공]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30분 뒤에 외교 번호판을 단 6대의 차량이 이들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을 태우고 총영사관을 떠났다.
창문이 짙게 선팅이 된 검은색 밴 차량과 함께 2대의 차량이 총영사관에서 출발해 180m 떨어진 영사의 관사로 들어갔는데, 관사에 일하는 직원은 갑자기 그날 하루 휴무하라는 지시를 받아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
터키 경찰은 이 검은색 밴 안에 카슈끄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정황과 동선을 종합할 때 총영사관과 영사 관저 사이를 사우디 요원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터키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는 총영사관 수색에 동의했으나, 터키 당국은 수색을 언제,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해 아직 확인한 바가 없다.
터키 경찰은 카슈끄지가 제3국 요원들이 개입해 납치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친정부 성향의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으나, 그가 사라진 지 1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 미·영,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박 점증
터키 정부측은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양측 외교분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관리들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갔다면서 의혹을 부인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를 증명하라고 압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의 한 고위 관리는 카슈끄지의 법적 거주국이 미국이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점을 감안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평소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등 맹방인 사우디가 관여된 논란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성명을 냈고, 영국 외무부와 유엔도 이에 반응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될 조짐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엔 인권담당 실무자는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무력에 의해 실종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사우디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우호 관계는 공유하는 가치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BBC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만약 이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영국은 '매우 심각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ope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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