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순위 프로행' 고교생 이태호 "제1의 이태호 되겠다"
김철수 감독 "허수봉보다 재능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태호(18·영생고)는 "대학에 가면 제가 나태해질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대학생' 전진선(22·홍익대)과 황경민(22·경기대)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
아직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은 고교생인 이태호는 "배구에 전념하고 싶다"는 진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8-2019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이태호였다.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쥔 한국전력의 김철수 감독이 "이태호"를 부르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태호는 키 202㎝의 장신 라이트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이태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전력은 이태호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했다.
김철수 감독은 "이태호는 잠재력이 엄청난 선수다. 2년 전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온 고졸 선수 허수봉(현대캐피탈)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며 "2∼3년 성장할 시간을 줄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독일 출신 라이트 사이먼 히르슈(26)가 훈련 스타일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귀국했고, 젊은 레프트 김인혁(23)도 "다른 일을 하겠다"며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새 외국인 선수가 이번 주 내로 입국한다"고 전하며 "이태호는 올 시즌에도 측면 공격수 혹은 센터로 간혹 경기를 치르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선배들을 제치고 전체 3순위의 영예를 누린 이태호는 "생각보다 앞 순위에 지명됐다. 얼떨떨하다"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대학 진출과 프로행을 놓고 고민하다가, 최대한 빨리 프로에 가 배구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태호는 잔뜩 긴장한 채 인터뷰에 나섰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가슴에는 큰 꿈을 품고 있다. 이태호는 "공격과 수비에 능한 서재덕(한국전력) 선배님을 닮고 싶다"면서도 "그래도 나는 제2의 누군가가 되지 않고, 제1의 이태호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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