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운영자, 비건 특별대표에 조언…"제네바합의 떠올려라"
트럼프 신임·김정은 경제개발 의지·문대통령 중재역, 이점으로 꼽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뒤이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전문 웹사이트로 유명한 '38노스'의 운영자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띄웠다.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25일(현지시간) 38노스 웹사이트에 올린 '비건 특별대표를 강력하게 지지하며'라는 제목의 편집자 칼럼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발전 전념의지, '중재자'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등 전임자들에 비해 대북 협상에 있어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지지하는 것은 엄청나게 불리한 점이 아니라 엄청나게 유리한 점"이라며 "그가 변덕스럽고 짜증을 내며 종종 충동적인 것도 사실이고 북한이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려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는 그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밤과 낮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량살상무기 제조에서 경제 발전으로 초점을 옮기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점이 비건 대표가 가진 또 하나의 큰 이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년간 미국 역대 정부가 계속 추구해왔던 성배(聖杯)라는 것이다.
위트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개발 와중에서도 최소한 핵무기 중 몇 개를 유지하기를 원하기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국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긍정적 지렛대를 사용하는 것이 비건 대표의 임무"라고 언급했다.
위트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최고지도자와 직접 연락을 주고 받는 점을 이점으로 꼽았다. 과거 미국 정부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그런 기회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 방북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데 이어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한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와 미국 정부간 연락은 단절된 상태였다고 위트 연구원은 지적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와 함께 10년 만에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한국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뜻밖의 선물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능숙하게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5년간 북한이 한국과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지만, 지금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 문제를 문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도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비건 대표가 북한을 상대한 경험이 없는 것은 불리한 점이지만 1993년 임명돼 이듬해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처럼 올바른 조언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위트 연구원은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북미 관계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근거없는 믿음들은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25년간 모든 협상에서 미국 정부를 속여왔다는 주장이 있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경우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1994년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10년 내 거의 100기(基)의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제네바 합의가 깨진 2002년까지도 북한은 핵무기 5기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핵물질을 보유하지 못했고 핵무기 생산 시설은 완전히 황폐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 성공적인 협상을 하는게 가능하다며 북한이 미국과 정치·경제·안보적으로 보다 더 좋은 관계를 원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기꺼이 포기하려고 했던 제네바 합의의 경험을 다시 떠올려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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