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사랑해요"…대선앞둔 인도네시아, K팝스타에 구애경쟁 치열
K팝팬 '밀레니엄 세대'가 유권자 절반 넘어…슈퍼주니어 팬 '1천만명'
조코위 대통령 '기념사진'으로 친밀감 과시 vs 경쟁진영 "SJ와 내 패션 같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내년 4월에 치러질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라이벌 진영의 부통령 후보 간에 "누가 K팝을 더 좋아하는지"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대선 선거운동은 23일 시작된다.
조코위 대통령이 K팝 인기스타인 슈퍼주니어(SJ) 그룹과의 친밀감을 국민들에게 과시한 게 발단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9-11일 한국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협력 각서에 서명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했다. 2박3일의 짧은 방한 일정에서 10일 바쁜 시간을 쪼개 인기 K팝그룹인 슈퍼주니어를 만나러 갔다. 조코위 대통령이 SJ를 만나는 장면은 인도네시아 TV와 신문에 크게 보도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룹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같이 춤을 추었다. 멤버들이 사인한 앨범 선물을 받는 등 시종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국내에 전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원래 열광적인 헤비메탈 팬으로 유명하다. 그가 헤비메탈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그룹과 친밀한 관계를 연출한 건 내년 4월 대선을 겨냥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력 인터넷 매체인 두틱컴은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를 의식한 선거용"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에서는 밀레니엄 세대인 17-38세가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를 얻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연령층은 K팝 팬의 연령대와 겹친다. 인도네시아의 슈퍼주니어 팬은 1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주니어는 8-9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대회 폐회식에 초청돼 공연하는 등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멤버 중 한 명이 조코위 대통령과 만난 다음 날 트위터에 "뵈어서 영광이었다"는 글을 올리자 조코위 대통령도 즉각 "따뜻하게 환대해 주고 자카르타에도 와 주어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이런 전략에 대해 라이벌 진영의 부통령 후보인 산디아가 우노는 자신의 SNS에 슈퍼주니어 인기 멤버와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저들의 패션 스타일은 나와 똑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K팝이 지금처럼 유행하기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글도 올리는 등 누가 K팝을 더 좋아하는지 경쟁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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