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권사무소 174개 중학교 인권침해 학칙 3천472건 개정 의견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계도한다.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다."
부산의 A 중학교 학교생활 규정에 교외활동과 관련해 명시된 내용이다.
이성 교제와 관련한 B 중학교 학칙에는 "남녀학생 단둘의 만남은 항상 개방된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는 최근 이들 두 학교를 포함해 부산 174개 중학교 학칙의 인권침해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3천472건의 개정 의견을 부산시교육청에 통지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내용을 보면 선도 관련 규정(훈육·훈계, 상벌점, 징계)이 1천594건(47%), 생활 관련 규정(학생생활, 두발 및 복장, 휴대폰 사용 등)이 1천273건(36%), 학생회 규정(학생회 운영, 임원선거 등)이 605건(17%)을 차지했다.
선도 규정의 경우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용서 청하기', '반성문 쓰기, '위반사항 피켓 들고 서 있기', '교칙준수 서약서' 등은 학생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부산인권사무소의 판단이다.
또 '불미스러운', '성행이 불량하여', '불법문서', '불건전한', '비윤리적인' 등의 표현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인 징계 기준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회 규정과 관련해서는 징계를 이유로 학생회원의 자격 또는 학생회 임원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 임원 출마 시 결석 여부, 성적(成績) 조건, 교사의 추천 등을 조건으로 두는 것 등은 자치활동 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인권사무소의 개정 의견을 개별 학교에 통지해 개정을 유도한 후 연말까지 실제 개정 결과를 취합할 예정이다.
부산인권사무소는 부산시교육청과 2016년 8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학칙 모니터링, 교원과 학부모 인권 감수성 향상 교육, 찾아가는 학교 인권수업, 인권 가이드라인 제작 등 학교 내 인권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의 158개 고등학교의 학칙 780개를 모니터링해 3천978건의 개정 의견을 제시해 3천811건(95%)이 개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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