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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⑤벼랑 끝 신흥국…또 위기 진앙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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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⑤벼랑 끝 신흥국…또 위기 진앙 되나
터키·아르헨티나 금융위기, 신흥국으로 확산…증시도 '휘청'
경상수지 적자, 대외부채 등이 원인…美 금리인상·무역갈등 악재 겹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난 4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를 앞두고 고객들을 불러모았다.
JP모건은 고객들에게 개발도상국 중 가장 선호하는 투자 유망 국가를 물었다. 고객들은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손꼽았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인 지난달 터키는 미국과의 갈등으로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투자자 6천명이 참가한 컨퍼런스 콜을 열어 외국인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아르헨티나도 최근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지난 6월 IMF와 합의한 500억달러(약 55조8천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조기 지원 협상에 나섰다.

◇ 들불처럼 번지는 신흥국 위기…증시마저 '약세장' 진입

최근 터키와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불안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일부 취약 신흥국으로 전염되면서 지난 6월에 이어 '신흥국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가치 급락,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경기침체 등으로 촉발된 신흥국 경제·금융 위기가 '가뭄 속 들불'처럼 번지면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위기는 터키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초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한 미국의 제재는 주춤했던 리라화 폭락을 다시 촉발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달러 대비 23% 폭락했던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통화 안정 조치에도 8월 한 달간 19%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7일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무디스의 조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던 리라화 폭락세를 다시 부추겼다.
부도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인 터키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 말에 견줘 411bp(1bp=0.01%p) 상승한 577bp를 기록했다.
지난 6월 IMF 구제금융 지원 합의 이후 잠잠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3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지난달 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60%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페소/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 수준인 달러당 42페소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아르헨티나 페소는 올해 들어 51%나 떨어졌다. 페소 가치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CDS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775bp를 기록해 올해 들어 543bp나 치솟았다.
브라질에서도 대선 불확실성과 취약한 거시경제여건 등의 영향으로 헤알화가 지난달 8.46% 하락했고 이달 들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상반기에 농업생산이 둔화하고 소비자 지출이 감소한 가운데 9년 만에 경기침체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랜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지난 5일 통화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도 루피화와 칠레 페소화 가치도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9% 안팎 하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하락은 주식시장으로도 전염됐다. 약 800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FTSE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5일 1.7% 하락하면서 7월 이후 최저를 기록,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 자본유출에 취약한 신흥국…美금리인상·무역갈등 등 대외악재도 부담

신흥국 금융위기를 촉발한 근본 원인으로는 대내적으로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부채, 정치 불안 등 외국인 자본유출에 취약한 경제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꼽힌다.
IMF는 최근 신흥국 금융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된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금융 부문을 제외한 신흥국의 외화표시 부채 규모는 2013년 말 4조9천억 달러(약 5천500조 원)에서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수준인 5조5천억 달러(6천180조 원)로 증가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249억 달러(28조 원) 규모의 외채상환 부담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17개 신흥국 중 터키, 아르헨티나, 헝가리, 폴란드는 금융을 제외한 보유외환 대비 외화부채가 200%를 상회한다.
남아공, 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헝가리는 보유외환 대비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잔액이 200%를 넘어 외국인 자본유출에도 취약하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대외악재도 신흥국을 옥죄고 있다.
연준은 지난 6월에 이어 9월에도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에도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신흥국 금융위기 속에 미 연준이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취약한 신흥국 경제가 지난 6월 인상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그 여파로 수출의존도가 높거나 자원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향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내 들며 위안화 환율에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금융불안이 장기화하면서 대외 지급 능력이 취약하고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아르헨티나, 터키에 이어 남아공, 브라질,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을 취약국으로 꼽았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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