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를 헬기 출퇴근하는 '반부패 총리'…파키스탄 네티즌 '냉소'
"헬기 이용 비용 ㎞당 500원" 해명에 비아냥 글 폭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반(反)부패와 청렴 이미지를 앞세워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헬리콥터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현지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칸 총리를 옹호하기 위해 한 장관이 헬리콥터 이용 비용은 ㎞당 500원(55 루피)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를 비아냥대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지오 뉴스 등에 따르면 칸 총리는 현재 사저부터 집무실까지 15㎞ 거리를 헬리콥터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러자 "부패를 근절하고 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던 칸 총리가 서민은 꿈꾸기도 어려운 헬리콥터를 타고 출퇴근한다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파와드 차우드리 공보부 장관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헬리콥터는 비싸지 않은 옵션으로 ㎞당 드는 비용은 55 루피밖에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내용을 구글에서 봤다"고 한 발언 때문이었다.
그러자 SNS상에는 이 발언을 비웃는 글이 폭주했다. 헬리콥터(# helicopter)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수만 건의 트윗 글이 공유됐다.
"국민이 돈을 아낄 수 있게끔 정부는 전 국민을 위해 값싼 헬리콥터 서비스를 도입하라"는 식이다.
"칸 총리가 이제 '헬리콥터 오토릭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오토릭샤는 삼륜차로 칸 총리의 헬리콥터 이용 비용이 오토릭샤 요금과 비슷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BBC방송도 칸 총리가 타는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AW 139기종의 경우 연료비만 ㎞당 1천600 루피(약 1만4천900원)가 든다고 설명했다. 차우드리 장관의 해명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칸 총리의 헬리콥터 출퇴근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알리 무함마드 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3분 동안 헬리콥터를 타는 것은 5∼7대의 경호 차량을 이끌고 다니는 것보다 기름값이 덜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헬리콥터가 더 안전하며 차량 통제로 인한 불편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칸 총리는 지난 19일 취임 후 첫 연설에서 "부패를 근절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리실 방탄차를 팔고 524명까지 둘 수 있는 총리실 지원 인력을 두 명으로 줄이며 관저가 아닌 방 3개짜리 주택에서 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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