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항소심도 '롯데 뇌물' 인정…신동빈 2심 재판 영향줄 듯(종합)
면세점 특허 바라고 '부정한 청탁' 했다는 1심 판단 유지
"최태원, 朴에 부정청탁 인정"…실제 돈거래는 없어 朴 '뇌물요구'만 유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롯데그룹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2심 선고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뇌물은 받은 쪽인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결과가 2심 선고에서 그대로 유지된 만큼 뇌물을 준 쪽인 신 회장의 2심 재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롯데그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묵시적인 '부정청탁'이 오갔고 그 대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월 13일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쟁점인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단독 면담 성격과 시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현안의 중요성, 박 전 대통령의 롯데그룹 말씀자료와 신 회장의 미팅자료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단독 면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면세점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체육인재 육성이라는 순수한 공익 목적의 요구로 받아들였다"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금 지원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대가관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 판단 결과에 따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신 회장의 항소심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건 실체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동일한 신 회장 재판도 1심과 비슷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신 회장 항소심이 최씨 등과 별개 재판부에서 이뤄지는 만큼 법리적 판단에서 1심과 다른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일례로, 삼성 뇌물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보고 1심과 달리 총 220억여원의 미르·K재단 및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롯데 측은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입장을 내고 "신 회장의 경우 항소심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져 그동안 공판이 10여 차례 이상 진행돼 왔다"며 "주요 증인의 참여와 새로운 증거 자료를 토대로 1심에서보다 충분한 소명과 설명이 이뤄진 만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최씨 측이 SK그룹에 'K재단의 해외 전지훈련 사업비를 지원해달라'며 89억원을 요구한 부분도 박 전 대통령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1심 판단을 유지해 제3자 뇌물 요구 혐의를 유죄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청탁이 묵시적이었다는 1심 판단과 달리 명시적이었다고 봤다. 어떤 형태로든 청탁이 인정된 이상 1심 판단을 유지한 최종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신 회장과 달리 최 회장은 요구받은 돈을 실제 건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판에는 넘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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