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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에게 없는 인류 도덕은 진화의 산물"
영장류학자가 분석한 '도덕의 기원'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걸음마를 뗀 만 3∼5세 어린이는 보통 제삼자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처벌하려 한다. 아동은 아직 도덕적 존재라고 하기 어렵지만, 침팬지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사회규범을 준수한다.
인류가 이기적 존재냐, 아니면 이타적 존재냐는 물음은 수많은 사상가가 고민한 문제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도덕심이 있기에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켰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간된 '생각의 기원'에서 인간의 독특한 능력인 생각을 진화론으로 분석한 마이클 토마셀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은 신간 '도덕의 기원'에서 진화라는 잣대로 인류 도덕심의 변천 과정을 추적한다.
생각의 기원과 도덕의 기원은 얼개가 유사하다. 저자는 생각의 기원에서 40만 년 전과 20만 년 전에 변화를 겪으면서 인류 사고방식이 '개인 지향성'에서 '공동 지향성'을 지나 '집단 지향성'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인간이 도덕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변곡점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생활한 대형 유인원과 인류 조상이 모두 사회적 생활을 영위했고, 서열과 경쟁을 기본 원리로 삼았다고 본다.
이때까지 도덕심의 뿌리는 '공감'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그런데 40만 년 전 무렵 첫 번째 변화가 찾아왔다. 인류는 원숭이·유인원과 먹이 경쟁에 시달리면서 큰 짐승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그 결과 무리를 이뤄 함께 사냥하고 전리품을 동등하게 나누게 됐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류가 신뢰와 존중, 책임감을 공유했고 '공감의 도덕'에서 한 단계 발전한 '공정성의 도덕'이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두 번째 변화는 15만 년 전에 나타났다. 저자는 인간이 단순한 무리가 아니라 집단을 구성하면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게 됐고,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옳고 그름의 규범을 체계화한 '정의의 도덕'이 만들어졌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는 특별한 공감을 중심으로 조직된 도덕,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개인에게 특정한 책임을 갖는 공동 도덕, 문화집단의 모든 성원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비인격적 집단 도덕이 공존하는 상황이 평화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예컨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약을 훔쳐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구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장류학자인 저자는 도덕적 딜레마를 푸는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인간은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상이한 협력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며 "도덕적인 행동은 인간종에게 옳은 것이고, 인간의 유례없는 진화적 성공에도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데아. 유강은 옮김. 336쪽. 1만9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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