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쌍둥이 복서 임현철·임현석 "같이 애국가 울려야죠"
형은 웰터급, 동생은 라이트웰터급으로 동반 출전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복싱 대표팀의 임현철(23), 임현석(23·이상 대전시체육회) 형제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스파링을 해본 적이 없다.
"내 얼굴을 때리는 것 같아 못하겠더라"고 동생인 임현석이 웃으며 말했다.
형제는 1995년 5월 12일,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복서다.
1분 먼저 태어난 임현철은 "사람들은 제가 더 잘 생겼다고 하던데…"라고 말했지만 가까이서 봐도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제는 쏙 빼닮았다.
형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동반 메달에 도전한다.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 복싱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국 복싱 대표팀의 이틀째 공식 훈련 뒤에 형제를 만났다.
형인 임현철은 이미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라이트웰터급(64㎏)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형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 체급을 올려 웰터급(69㎏)으로 두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다.
체급을 올린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동생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형의 배려가 숨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형은 웰터급, 동생은 라이트웰터급 대표로 뽑혀 형제가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대회에 동반 출전하게 됐다.
임현철은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체급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웰터급 복서가 됐거든요"라고 했다.
이날 복싱 훈련장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대표팀도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임현철이 유심히 지켜본 우즈베키스탄의 웰터급 선수는 임현철(173㎝)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을 정도로 키가 컸다.
임현철은 "그런데 제 복싱 스타일이 인파이터라 오히려 키가 큰 선수와 경기하는 게 더 좋다. 안으로 파고들면서 파이팅 있게 하면 상대가 힘들어한다. 경기를 풀어가기도 더 쉽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형이 상대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인파이터인 반면 동생은 거리를 두고 빈틈을 노리는 아웃복서다.
임현석은 "서로 복싱 스타일이 달라서 조언해주기도 좋다"며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링에서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복싱에서 서로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형 임현철은 "처음에는 동생이랑 함께 가도 4년 전 인천 때와 똑같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다르더라"며 "여유가 생기고, 초조했던 게 없어졌다. 운동하는 게 재미있다. 가족이 있으니 확실히 힘이 된다"고 했다.
동생 임현석 역시 "첫 아시안게임이라서 혼자였다면 부담이 많이 됐을 텐데, 형과 함께 해서 든든하다"고 했다.
형제의 왼쪽 팔목엔 똑같이 오륜기가 그려져 있다. "아시안게임을 발판 삼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일 한번 내보자"는 의미로 새겼다고 한다.
동생 임현석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같이 애국가 울리는 게 꿈이고 목표"라고 했다.
형인 임현철은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에 그친 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아쉬웠다"며 "하늘에서 둘이 같이 금메달 따라고 그때 그런 시련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형제는 하루 간격으로 출격한다. 형이 24일 링에 오르고, 동생이 하루 뒤인 25일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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