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이젠 시간과의 싸움…노 딜? 막판 타결?
EU, 협상시한 10월→11월 언급…쟁점은 여전히 평행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시간과의 싸움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은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의 50조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30일이면 무조건 EU를 공식 탈퇴하게 된다.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양측간 쟁점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U와 영국은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지은 후 양측에서 협상 비준절차를 내년 3월 30일 이전에 마무리하려면 오는 10월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며 '10월 데드라인'에 의견을 같이해왔다.
하지만 양측은 작년 12월 1단계 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올해 봄부터 2단계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발목을 잡은 데다가 영국 정부 내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강경파 간 파열음으로 인해 협상은 몇 개월째 답보상태다.
협상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브렉시트 시계'는 계속 흘러갔다.
양측은 영국의 자동적인 EU 탈퇴시한이 7개월여밖에 남지 않으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노 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간에 더 쫓기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딜 시나리오'라는 악몽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한 양측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와 도니미크 랍 영국 측 수석대표는 전날 브뤼셀에서 회동하고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하고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22일에도 실무급 협상을 이어갔으며 내주부터는 본협상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더 절박해지면서 양측은 '10월 협상 데드라인'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선 양상이다.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오는 10월 18, 19일 예정된 "10월 EU 정상회의 이전에 협상을 타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11월 초에는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1월 협상 데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영국에 협상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한 것이다.
랍 대표는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10월까지 협상을 타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등 주요쟁점에 대해 양보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협상 타결을 위한 조건으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하드 보더'(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 등 출입국 수속을 밟아 자유로운 이동을 통제하는 것)를 피하도록 국경문제를 해결하고 EU 단일시장 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가운데 양측의 미래 경제관계 기본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관계에 관한 영국의 일부 제안은 여전히 EU의 협상 가이드라인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랍 수석대표는 영국과 EU 간에 극복해야 할 상당한 이슈들이 있다는 데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탈퇴협상과 미래관계 기본틀을 둘러싼 양측간 이견을 정치적 선언을 통해 패키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영국은 아울러 '노 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EU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국민과 기업이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일련의 보고서를 제시할 방침이며 그 첫 사례를 23일 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양측이 협상시한에 쫓기고 있음에도 협상 내용에 있어선 별다른 진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브렉시트 협상이 11월을 넘겨 연말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 5월 선거를 앞둔 유럽의회가 내년 초에는 휴회에 들어갈 예정인 만큼 12월 중순이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최종시한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EU와 영국 내부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양측간 첨예한 이해 대립을 고려하면 '노 딜 브렉시트'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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