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나설 듯…"개혁 동력 필요"
복지부, 자문위서 "현세대 가입자 불안감 해소 중요하다" 의견 피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정부가 9월까지 수립할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원회는 "명문화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냈지만, 정부는 보험료 인상 등 개혁을 앞두고 국민 불안감을 달래려면 보장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발표를 앞두고 민간전문가 13명과 정부측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제도발전위에서는 지급책임 규정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 위원 대부분은 명문화에 비판적이었고, 제도를 실제 운용하는 정부 측은 명문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 사업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하고 실제 사업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이 궁극적으로 국가에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이 급여부족분 발생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적자보전조항'을 명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기금 고갈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자는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했지만, 정부 반대 등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간의 명문화 논의 과정을 검토한 전문가 위원들은 명문화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이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기에 기금 고갈 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어서 별도의 규정이 필요없다는 의견이다.
실익을 거론한 것은 부작용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명문화가 현세대의 불안감은 해소할 수 있어도 미래세대에는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기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퍼지면 한시가 시급한 연금개혁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그러나 정부 쪽에서는 현세대 가입자의 불안감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급보장 명문화는 제도 수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한 위원은 "정부 실무진에서는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혁 추진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서라도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제도발전위는 '명문화하지 않는 현행 유지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면서도 "단, 불안감 해소 및 지지확보 차원에서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이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의견을 함께 보고서에 담았다.
정부는 재정계산 발표 이후 명문화 방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명문화 의지는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민이 낸 만큼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면 지급보장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2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연금급여의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부담한다"고 돼 있고, 남인순 의원안에는 "국가는 이 법에 따른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추상적인 규정'을 구상한다면 구체적인 지급책임을 강조한 정 의원의 개정안보다는 남 의원의 개정안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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