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맞는 미중 무역전쟁…위안화 환율 '뜨거운 감자'
美, 23일 160억달러 中수입품에 25%관세 부과 발효
22∼23일 미중 협상 재개…2천억달러 관세부과 공청회도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지난 3월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이번 주 확전이냐 휴전이냐를 판가름할 분수령을 맞는다.
미중 양측은 차관급 협상단을 꾸려 22∼23일 협상에 나설 예정인데 최근 급락세를 보인 위안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협상 개시 다음 날인 23일부터는 미국이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2천억달러 어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기 위한 미국 정부의 공청회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양국 차관급이 만나는 이번 협상에 대해 투자자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협상 소식만으로도 글로벌 증시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양국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도 이번 협상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이번 주 협상에서 미국 재무부가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초부터 약 10% 떨어졌다. 이는 중국의 수출품 가격을 낮춰 중국이 무역전쟁의 피해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위안화 변동 범위를 정하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이번 회담을 이끄는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이 위안화 추가 절하에 대해 경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이 "통화 약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환율이 무역전쟁과 경제둔화, 통화완화의 압력에 대응하도록 용인할 뿐"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잠재적 위험은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를 최근의 고점까지 절상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요구가 시장의 압력 속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담의 논제가 "위안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그는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율 관세로 중국을 계속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과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은 22∼23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인다.
미국과 중국이 오는 11월까지 무역전쟁을 끝내려고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이번 협상에서 일괄 타결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5월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합의를 폐기하고 관세 카드로 위협을 높였었다.
멀패스 차관은 므누신보다 더 권한이 없는 데다 휴전을 원하는 재무부와 대조적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이끄는 미국 무역협상대표부(USTR)는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협상과 동시에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7일 6일간의 공청회에는 최대 370명의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미국은 앞서 이미 34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어 16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가 23일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주 무역협상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부과된 관세가 중국의 산업용 기계, 전자부품과 다른 소비재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 2천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가 결정되면 9월 말부터 소비자들이 직접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수천 개의 대상 제품은 중국산 수산물과 가구, 조명 제품, 타이어, 화학제품, 플라스틱, 자전거, 유아용 카시트 등을 망라한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분야에 걸친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과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공청회에 낸 의견서에서 USTR의 관세 계획에 대해 "미국 소비자와 노동자, 기업, 경제에 대한 피해를 현저히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전략이 없다면서 중국과 "진지한 논의"를 하라고 촉구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을 대변하는 인터넷협회는 관세에 대해 "미국 인터넷 기업들에 불균형적인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굴지의 원자력 연료 업체인 웨스팅하우스는 중국에 의존하는 핵심 재료에 관세가 부과되면 원자력 발전소의 원료 비용이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많은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료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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