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비싼 오피스텔·원룸 관리비 회계감사 의무화된다
법무부 법 개정 추진…서울시와 집합건물법 개정 위한 현장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청년·신혼부부의 주거공간으로 오피스텔·원룸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턱없이 비싸거나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오피스텔·상가 건물의 관리비를 잡기 위해 정부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오후 영등포구 '서울하우징랩'에서 시민단체, 오피스텔 소유자, 상가 상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집합건물법 개정을 위한 현장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집합건물법은 빌라, 연립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 한 동의 건물이 여러 부분으로 독립돼 사용되는 경우 적용하는 법률이다. 전국의 집합건물은 56만동이며 이 중 23%(12만7천동)가 서울에 있다.
주택법 적용을 받는 아파트는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돼 있고, 회계 부정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으나 집합건물법에는 회계와 관련해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문제가 돼 왔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20년간 장사를 하는데, 관리단이 상가 관리비를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피스텔은 입주민을 위한 관리가 아니라 관리비를 뜯어내기 위한 관리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시는 아파트에서 불거진 관리비 부조리가 오피스텔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점을 파악한 뒤 지자체가 집합건물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2013년부터 10차례 건의했으나 그간 법 개정은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이번에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집합건물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법무부는 일정 규모 이상 집합건물은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소규모 집합건물의 경우 일정 인원 이상의 소유자·세입자 요구가 있으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 부당한 관리비 징수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 집합건물 관리인은 금전 사용 내역을 적은 장부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소유자·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
박상기 장관은 "오피스텔, 상가처럼 서민 삶의 터전이 되는 집합건물에서 과도한 관리비 부과, 불투명한 관리비 사용 같은 문제로 거주자·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규모 건물에도 백화점처럼 물리적 벽이 없어도 구분해 소유하는 점포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지금은 바닥 면적 합계가 1천㎡(300평) 이상이어야 구분 점포를 만들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자유롭게 작은 건물 안에서도 오픈형 매장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건물 리모델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단집회 의결 정족수 완화가 추진된다. 지금은 복도, 계단, 옥상 등 공용부분을 리모델링하려면 구분 소유자 및 의결권의 75%를 충족해야 하며 수직 증축은 구분 소유자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원룸, 주거용 오피스텔, 고시텔과 같은 다양한 집합건물이 새로운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나 여전히 공공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이런 관리 사각지대는 청년, 신혼부부 같은 서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기에 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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