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줄 김선욱 "남보다 빠른 성취 원하던 시절 있었죠"
9월 9일 예술의전당서 2년만의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전문 연주자로 산 지 10년 조금 넘은 시간을 보내며 한동안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연주로 인한 즐거움을 잊었던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남들에게 드러나는 모습보다 저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0)이 14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동안 연주 행위 자체가 직업으로만 느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뭐든지 빠르게 성취하고 싶었던" 영재였다. 10세에 독주, 12세에 협연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바로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갔다.
우승을 차지한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 당시 그의 나이는 18세. 역대 최연소 우승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이었다.
이후에도 2009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2012~2013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 연주, 2016년 디아벨리 변주곡 완주까지 '굵직한' 연주회들로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 대가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큰 산들을 20대였던 김선욱은 거침없이 등정했다.
이 때문에 그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노회한 소년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는 "남들보다 빠른 삶을 살고 싶었다"며 "그러나 그 시기를 지나서 보니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제 독주회를 보면 스스로 과신한 프로그램도 많았어요. 어린 나이에 빠르게 성취를 하고 싶었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보니 연주회가 저녁에 있어도 더는 특별한 하루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저 검은 옷을 입고 공연장에 가서 연주하고, 집에 돌아와 자는, 직업인처럼 사는 제가 있더라고요."
그러나 30대 문턱에 들어선 그는 다시 연주하는 자체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다.
"제 모습이 한동안 길 잃은 아이 같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여유가 생겼어요. 지금도 까부는 것일 수 있지만 나이가 조금씩 든다는 건 확실히 신기하고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요즘은 음악이 정말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연주하는 걸 더는 '직업'으로 느끼지 않아요.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로서의 존재 가치가 아닌, 음악 자체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게 제게 훨씬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오는 9월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2년 만의 독주회 프로그램도 예년보다 편안해졌다.
모차르트 소나타 9번,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등 다채로운 곡들로 구성됐는데, 모두 작곡가의 20~30대 청년기 시절에 쓰인 작품이다. 그의 나잇대와 비슷하다.
그는 "작곡가들의 생애 중간쯤 작곡된 곡들을 엮었다"며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이 젊은 시절 작곡가들이 보여주는 특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특히 2019~2020 시즌에 영국 '본머스 심포니' 정기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으로 지휘자 데뷔를 한다. 미국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파리·런던 독주회도 예정됐다.
"하고 싶은 걸 다 시도한 젊은 시절의 작곡가들처럼 저도 어떤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려 해요. 곡에 대해 어떤 편견도 두지 않고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연주를 들려드릴게요."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