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도 '탈동조화'…미국은 날고 아시아·유럽은 부진
미국에 쏠리는 자금…5개월간 유럽주식펀드 63조원 유출
신흥국 주가지수 '조정 장세'·통화지수도 13개월 만에 최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계 경제가 주춤하는 가운데 미국경제만 뚜렷한 호조를 보이면서 증시에서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경제 호조로 금리와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 증시로 몰리는 데다, 미국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전쟁의 충격은 미국을 비껴가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흔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8일 2,858.45로 올해 1월 찍었던 사상 최고점(2,872.87)에 근접할 만큼 회복했다. 올해 들어 6% 이상 오른 수준이다.
실리콘밸리 기술주는 상승세가 더 가팔라 지난달 25일 나스닥 지수가 역대 최고치(7,932.239)를 경신한 이후 이달에도 연초 대비 14%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각국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거나 위협하면서 미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미 기업들의 실적은 일단 호조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고용 계획 등 여타 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무역전쟁과 관련해 "수출 의존적 산업에서 지난 석 달간 일자리 증가율의 둔화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시장에는 신흥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불안의 징후가 거의 없다"면서 "심지어 일부 미국 자산은 해외 변동성 확대의 반사이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증시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약세다.
유로존 대표 우량주를 따르는 유로 Stoxx 50지수는 9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0.3%, 독일 DAX지수는 1.9% 하락했고 영국 FTSE 100지수는 0.8% 오르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5.4%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는 7.5%나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세계 신흥시장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MSCI 신흥시장(EM)지수는 9일 1,078.67로 올해 1월의 고점보다 15.3% 내렸고 연초 대비로도 6.9% 하락했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 증시 불안은 각국의 지정학적 동요에다 미국과 상반된 경제 상황 탓이 크다.
이와 맞물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달러 강세,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지수는 96선을 넘어 13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한 반면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13개월 만에 최저수준이다.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최고 50% 이상 떨어지는 폭락세를 겪고 있다.
제프리스가 인용한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한 주간 미국 주식 펀드에 글로벌 자금 51억달러(5조8천억원)가 유입돼 선진국 주식 펀드 유입(53억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7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는 558억달러(약 63조원)가 순유출됐다.
블룸버그는 유럽에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과 같은 우량주가 없고 미국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도 않다면서 유럽 경제 전망이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 양호한데도 당시만큼 가파른 투자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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