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폭탄에 높은 파도까지'…동해안 해수욕장 피서객 '뚝'
"강릉 탈출 중입니다" SNS에서는 물 폭탄 체험담까지 등장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기록적인 '물 폭탄'에 이어 동해안에 높은 파도가 일면서 절정기를 맞은 해수욕장이 이틀째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강원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경포해수욕장이 있는 강릉에는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시간당 100.5㎜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새벽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진안상가 주변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돌변했다.
휴일인 지난 5일 24만9천여 명이 찾았던 경포해수욕장은 폭우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6일에는 8만7천여 명이 찾는 데 그쳤다.
속초해수욕장 피서객은 1천여 명에 불과했다.
지난 6일까지 도내 6개 시·군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천259만1천442명으로 지난해 1천466만7천621명에 비해 14.2% 감소했다.
강원도환동해본부는 "예상하지 못한 집중호우로 지난 6일 피서객이 많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강릉시와 상인들은 폭우가 그치자 침수된 물을 빼내고 7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줄어 특수를 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경포해수욕장은 7일 높은 파도로 이안류에 의한 피해가 우려돼 물놀이나 수영이 전면 금지됐다.
파도가 파라솔을 세운 백사장 주변까지 올라오자 관계기관은 드론까지 띄워 피서객이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내 방송을 했다.
강릉을 찾았다가 물 폭탄을 만난 젊은이들이 SNS에 올린 악몽 같은 체험담도 피서객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무더위를 식히러 강릉을 찾았던 피서객들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 운행마저 곳곳에서 통제돼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가까스로 찾은 해수욕장 입구는 흙탕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날 때아닌 폭우를 만났던 피서객들은 "강릉을 탈출 중입니다. 살려 주세요. 여기는 하수구가 없나요" 등의 글을 올렸다.
일부 피서객들은 폭우 속에서 걷다가 물이 허벅지까지 튀었다는 글을 올렸고, 일부는 호우경보가 내려 펜션에서 보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릉 등 동해안은 폭우로 폭염특보가 모두 해제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기온은 강릉 25도, 속초 27.6도, 동해 26.4도 등 폭우가 내리기 전보다 10도 가까이 떨어졌다.
동해해양경찰서는 너울성 파도 등 기상악화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6∼8일 연안안전사고 위험예보 단계를 현재 '관심'에서 '주의보'로 한 단계 올려 발령했다.
동해해경은 "너울성 파도 예보 시 해안가에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해수욕장 안전관리요원의 통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무리한 물놀이나 음주 수영을 금지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역대 최강 폭염으로 피서객이 줄어든 동해안에 이번에는 물 폭탄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피서경기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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