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축구계 뒤흔드는 '나이 조작 스캔들'
U-16 나이 조작 적발 이후 AG 불참·U-19팀 해산
승부에 대한 집착·이라크에 만연한 신분 조작 탓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라크 축구계가 '나이 조작 스캔들'로 휘청이고 있다.
연령대별 대표팀 선수들의 나이 조작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아시안게임 불참과 대표팀 해산, 관련자의 무더기 징계로 이어졌다.
발단은 16세 이하(U-16) 대표팀이었다.
지난달 서아시아축구연맹 주최 대회 출전을 위해 출국하려던 U-16 대표 선수 중 9명이 공항에서 여권을 조작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이라크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어려 보이도록 수염을 깎게 한 대표팀 관계자들을 곧바로 경질하고 나이를 속인 선수들도 추가로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이라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출전을 포기한 데에도 나이 조작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U-16 선수들의 나이 조작이 알려진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U-23 대표 선수들 역시 나이를 속였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23명 가운데 17명이 나이를 속인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이라크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소속팀에서 대표팀 차출에 협조하지 않아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라크 안팎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라크 1부 리그 팀 알나프트의 하산 아흐메드 감독은 AFP통신에 "이라크 축구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왜 아시안게임에 기권했는지 알 것"이라며 "U-16 대표팀에 이은 또 다른 스캔들이 터질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라크는 10만 달러(약 1억1천만원) 벌금과 다음 대회 출전권 박탈 징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아시안게임 불참을 결정해야 했다.
여파는 U-19 대표팀으로도 이어졌다.
이라크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출전을 앞둔 대표팀을 최근 갑자기 해산했다.
협회는 선수들의 신분증을 철저하게 검사한 후 다시 대표팀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나이 조작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이라크 전반에 만연한 신분 조작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AFP는 전했다.
이라크 전 축구선수 카림 사담은 "이라크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승리해서 자신들에게 공이 돌아오게 하려고 무슨 수단이든 쓴다"며 "선수들이 신분을 위조해도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수많은 이라크인이 무장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분증을 조작해 종교와 고향, 이름까지 바꿨다고 한 현지기자는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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