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8·2대책 1년에 심상찮은 서울 집값…추가대책 실기하면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안정됐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보유세 개편안의 증세 대상이 초고가 다주택자에 집중되면서 보유세 인상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신도시급 통개발 계획 발언이 나오면서 영등포·용산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집값 불안이 재연되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언했다. 첫 조치로 지난해 청약조정지역을 확대하고 조정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서울 전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저금리로 오갈 데 없는 1천조 원 이상의 단기 부동자금 탓에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급상승했다. 정부가 다시 꺼내 든 것이 핵폭탄급 투기근절 대책인 8.2 부동산 대책이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주택자금 대출규제 강화 등이 골자다. 2012년 5월 강남 3구를 마지막으로 해제된 이후 지정된 곳이 없었던 투기지역과 2011년 말 이후 사라졌던 투기과열지구가 8.2 부동산 대책으로 부활하면서 그에 딸린 각종 규제도 되살아났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을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수요라고 보고 투기세력으로 지목된 다주택자와 재건축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대책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는 가격 급등지역의 아파트값을 잡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각종 투기근절 대책과 재건축 규제와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서 상당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됐다. 하지만 거래절벽으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서울과 지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기대 이하'로 그치자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몰리면서 강남권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하며 지난주 대비 0.16%가 올랐다.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언의 영향으로 영등포(0.28%), 용산(0.27%)이 앞섰고 강남(0.21%), 송파구(0.19%)도 많이 올랐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 조짐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경고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각종 대출규제에다 금리상승 가능성도 있고 종부세 역시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또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각종 규제도 강력하다. 여의도 통개발 발언 등에 따른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은 일시적일 수 있다. 이럴 때는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확산 추세 등을 철저히 모니터해 추가 대책의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심리적 요소가 강한 주택시장에서는 한 번 실기하면 불안요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다.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이참에 공시가격을 서둘러 현실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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