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의혹 '눈덩이'…경찰 "다단계 사기 의심"
보물선 금괴 담보로 가상화폐 발행…"상장되면 200원→1만원" 사전판매
"투자금 반환 못받아" 피해 주장 속출…서울청이 맡아 수사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찰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와 관련한 신일그룹 경영진의 투자사기 의혹 수사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맡겼다.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데다 앞으로 그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어 수사 주체를 강서경찰서에서 서울청으로 옮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일그룹은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데다 핵심 경영진이 별건 사기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거나 법정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신일그룹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다단계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담긴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CG)'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겉보기에 돈스코이호 탐사와 인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신일그룹'과 보물선 테마를 내세워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대표가 다른 별개의 회사다.
하지만 싱가포로 신일그룹 전 회장 유모씨와 신일그룹 전 대표 류모씨는 인척 관계인 데다 특허청에 등록한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표등록 출원인도 모두 류씨란 점에서 경찰은 두 회사가 한통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5월부터 신일골드코인(SGC) 프리세일(사전판매)을 진행하며 신일골드코인을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담보 글로벌 암호화폐'라고 홍보해왔다.
또 코인 1개당 발행 예정 가격은 200원이지만 9월 말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이 1만 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사전판매를 진행했다.
가상화폐를 사전판매한 방식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구매 액수에 따라 본부장, 팀장, 센터장, 자문위원 자격을 주며 이들이 투자를 유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 연합뉴스가 센터장이라는 직책의 판매책에게 구매방법을 문의한 결과 판매책은 "최소 100만 원부터 구매가 가능하며 현재 코인을 개당 50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1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구매할 경우 2만 코인에 보너스 2만 코인을 더해 총 4만 코인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신일그룹 경영진들에게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 유모씨는 2014년 사기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며, 아직 체포 시한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투자 사기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인 또 다른 유모씨는 별건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다. 실제 신일골드코인 거래는 이곳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수감 중인 유씨를 불러 보물선 투자사기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달 27일 "투자자들이 원하면 코인환불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에 1차로 환불 및 보상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으나 피해자 모임에서는 아직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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