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 "가족·의사 동의시 법원승인없이 연명치료중단 가능"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대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이 모두 동의할 경우 별도 법원 승인 없이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은행원 'Y씨'를 대신해 공인사무변호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보호법정 승인 없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고등법원 결정을 유지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대법원은 "가족과 의사가 모두 동의할 경우 보호법정 승인 없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권보호조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가족과 의사가 동의하더라도 연명치료 중단은 보호법정(Court of Protection)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왔다.
앞서 50대 은행원 Y씨는 지난해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곧 회복 여지가 없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가족과 의사는 Y씨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그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지만 보호법정 승인 절차가 문제였다.
보호법정 승인을 얻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가 하면 보건당국 입장에서도 그동안 관련 절차에 많은 비용을 소모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국민건강서비스(NHS) 행정기구인 NHS 트러스트는 가족과 의사 동의가 있으면 보호법정 승인 절차 없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지 고등법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고등법원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BBC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절차가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 전문가 간에 견해가 다를 경우에는 여전히 법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 내에 공식적인 수치는 없지만 수천명의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BBC는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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