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오픈에서 맥 못 추는 캐나다 선수…64년째 무승 행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우승으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캐나다오픈이 올해도 '플레처의 저주'를 깨지 못했다.
1904년에 첫 대회를 열어 올해 114년째를 맞는 유서 깊은 대회 캐니다오픈은 오랜 역사만큼 지독한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회는 64년째 캐나다 선수 우승이 없다.
1954년 팻 플레처가 마지막 캐나다 국적 챔피언이다.
더 놀라운 것은 플레처 역시 40년 만에 캐나다오픈 정상에 오른 캐나다 선수라는 사실이다.
1914년 칼 케퍼가 우승한 뒤 1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됐던 캐나다오픈이 1919년 재개된 뒤 플레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캐나다 국적 우승자는 없었다.
올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캐나다 선수 21명이 출전했지만 우승 근처에서도 가보지 못했다. 매켄지 휴즈가 공동8위를 차지해 캐나다 선수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절반이 넘는 14명이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안방에서 맥을 못 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에 뛰어난 골프 선수가 없는 게 아닌데도 이렇게 캐나오픈에서 정작 캐나다 선수가 우승이 드문 이유는 PGA투어에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여긴다.
캐나다 언론은 캐나다오픈에서 캐나다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는 현상을 '플레처의 저주'로 부른다.
플레처가 저주를 걸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85년 동안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등 숱한 무승 징크스를 빗댄 말일 뿐이다.
캐나다 신문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은 작년 캐나다오픈에서 캐나다 선수들의 부진에 '플레처의 저주는 살아있다'는 제목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더스타'는 '플레처의 저주가 풀릴 기미가 없다'고 보도하는 등 '플레처의 저주'라는 용어를 드물지 않게 써왔다.
'플레처의 저주'를 깰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2003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마이크 위어는 2004년 캐나다오픈에서 비제이 싱(피지)과 연장 대결을 벌인 끝에 우승을 놓쳤다. 당시 경기력에 물이 올라 있던 위어는 연장 세번째 홀에서 볼을 물에 빠트리며 무릎을 꿇어 '플레처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위어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고 회고했다.
2015년 데이비드 헌은 최종 라운드를 2타차 선두로 시작했지만 제이슨 데이(호주)에 역전패를 당했다.
캐나다 선수들이 캐나다오픈에서 이렇게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도 그저 "잘 모르겠다"는 말뿐이다.
캐나다 선수들은 '플레처의 저주'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는 태도다.
휴즈는 "앞으로 15차례 더 대회를 치러본 다음이라면 모를까 저주라고 생각지 않는다"라면서 "캐나다오픈뿐 아니라 모든 PGA투어 대회는 우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캐나다오픈에 출전하면 엄청난 기대를 감당해야 한다. 또 잘해야겠다는 의욕도 크다. 그리고 홈 관중의 응원이 뜨겁다"고 덧붙여 다른 대회보다 부담감이 더하다는 '현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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