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정원에 일부 승소…법원 "50년 지난 사실에 대한 사료"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한국군 조사문건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용철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는 지난해 8월 국정원에 "1969년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가 참전군인 3명을 상대로 1968년 2월 베트남 퐁니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살인 등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밝히라"며 조사문건 목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고, TF는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해당 정보를 생산하지도 않았고, 현재에도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퐁니 사건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조사해 작성한 문서들을 1972년 8월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하기 위해 촬영했고, 그 목록이 존재하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약 50년이 경과한 사실에 대한 사료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원고가 해당 정보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등 헌법상의 표현 자유를 행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중앙정보부가 퐁니 사건과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 등의 문서 목록을 공개하란 TF 측 청구에 대해서는 "문서(보고서)들이 실제 작성됐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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