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비검속희생자 유족회 "4·3 완전 해결돼야"
서귀포서 삼면 원혼 합동위령제 열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영령들이시여,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예비검속이란 명목하에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시어 지금까지도 암흑 구천을 헤매시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습니까."
고철희 6·25 예비검속희생자 삼면유족회 회장은 27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하원동 762-1에 있는 삼면(三面) 원혼(寃魂) 위령제단에서 제68주기 삼면원혼합동위령제의 주제사를 담담하게 시작했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제70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4·3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희생자들이 영면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위령제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대신해 이승찬 제주도 자치행정국장,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각각 추도사를 했다.
삼면 원혼이란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발동된 예비검속령에 의해 당시 서귀면, 중문면, 남원면 등 3개 면에서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구금됐다가 한 달여 만인 7월 29일 새벽 계엄사령부 지시에 따라 당시 해병 6중대의 트럭에 실려 나가고 나서 행방불명된 82명의 희생자를 말한다.
이들 중 11명은 2010년 2월 과거 학살터로 알려진 옛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에서 2007∼2009년 발굴된 382구의 유해 가운데서 신원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10년 6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예비검속사건에 대해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결정하고, 국가의 공식사과와 명예회복 및 위령사업 지원, 역사기록 등재,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그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처음으로 추도사를 보내 민족의 비극인 6·25 전쟁의 와중에서 군에 의해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안타까운 희생을 당한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유족 56명은 2012년 3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1월 제주지법은 '전시에 국가 공권력이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을 대규모 학살한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며 배상토록 판결했으나 국가가 항소했다. 2014년 6월 고등법원, 2015년 10월 대법원이 각각 유족 측의 승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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