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 사무차장 "노동자가 발언권 가져야 기술발전 소외 막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고용노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토머스 코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5일 '포용적 성장'을 위해 노동자가 기술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에 참가 중인 코칸 교수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제안'으로 "새로운 기술을 사업장에 도입할 때 초기 단계부터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칸 교수는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근무 시스템을 바꾸는 데도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며 "노동자가 신기술 도입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때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일의 보람을 찾으며 역량을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21세기에 맞는 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노동자가 신기술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기술 도입 과정에서 건설적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칸 교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주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협약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사업장에 신기술을 도입할 경우 사측이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발언권을 줘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노·사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사 공동 출자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노동자가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코칸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반적인 노동 현실에 대한 코칸 교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의 생산성은 계속 향상되는데 임금은 정체됐고 불평등이 심화했다"며 "노조 가입률이 11%에 불과해 노동자가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게 미국 노·사관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칸 교수와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데버러 그린필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도 "노동자가 발언권을 가져야 기술발전 과정에서 노동자의 소외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노동자가 실직할 경우 신기술로 창출되는 새로운 직업을 가질 때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정부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의 노·사·정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며 "(노·사·정 대화에는) 인내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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