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10분 취임식'…"시민이 곧 경찰"(종합)
"여성들 불안·절박한 심정 헤아려야…수사 주역으로 거듭날 것"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새 치안 총수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함께하는 민주경찰, 따뜻한 인권경찰, 믿음직한 민생경찰'을 구호로 내세우며 시민 중심 치안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민 청장은 이날 발표한 취임사에서 근대 경찰제도를 확립한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의 경구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을 언급하며 "경찰관 개개인이 철저히 시민 관점에서 생각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경찰청장인 민 청장은 "경찰은 공동체 시민을 대표해 안전과 질서를 수호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며 "항상 보편적 시민정신에 입각해 일해야 하며, 그것이 곧 민주·인권·민생경찰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여성들의 몰카(몰래카메라) 편파수사 항의시위를 두고 "여성들이 제기하는 '폭력과 차별의 철폐'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경찰은 누구보다 여성들이 느낄 불안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여성을 책임자로 한 전담 대응기구를 신설하고, 몰카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 투철한 신념을 지닌 민 청장은 "앞으로 경찰은 수사 개시에서 종결까지 온전한 책임을 가진 수사 주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그 책임을 다하려면 경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전문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말끔히 걷어내고, 정부 조정안 취지에 맞춰 수사 현실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이철성 청장 재임 때부터 추진돼 온 경찰개혁에 대해 "그간의 개혁과제들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 경찰이 달라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라며 "모두의 중지를 모아 슬기롭게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경찰이 주민 등 공동체와 함께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 치안', 치안활동 전반에 걸친 '절차적 정의' 실현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어떤 사소한 목소리라도 적극적으로 듣고, 그다음 우리가 하는 일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법 집행의 정당성은 절차와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확보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민 청장은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고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법적 기반을 확충하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희생을 무릅쓰고 위험에 뛰어드는 경찰관들이 걸맞은 대우와 보상을 받도록 근무 여건과 처우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취임식을 열고 청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식은 과거와 달리 대강당 등이 아닌 1층 현관 로비에서 지휘부와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10여 분간 짧게 진행됐다.
'제복 입은 시민'을 주제로 한 영상 상영에 이어 현장 직원들이 신임 청장에게 바라는 바를 직접 전달했다. 민 청장은 따로 취임사를 낭독하지 않고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인 경찰을 만들겠다고 약속한다"며 짧게 발언했다.
경찰대 4기 출신인 민 청장은 본청 수사구조개혁팀장, 본청 기획조정관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기획통으로 꼽힌다. 그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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