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우여곡절 최저임금 결정…정교한 보완책 마련하라
(서울=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5천15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1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안(8천680원)과 공익 안(8천350원)을 놓고 표결을 부쳐 공익안을 의결했다. 사용자위원(9명)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4명)이 심의에 불참한 채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은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노사가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번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종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결정 당일 전원회의에 노·사 어느 한쪽이 불만을 품고 퇴장한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자위원의 '보이콧'은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의사 표명이라지만,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 사용자위원 보이콧으로 최저임금 정당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한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 휴업도 불사하겠다는 편의점주들의 어려움은 백번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사용자위원 보이콧을 단체행동의 빌미로 삼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노사 양쪽 모두가 불만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강행을 선언했다. 중기중앙회, 경총 등 다른 사용자단체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도 영세기업들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룬 마당에 이번 추가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올해 평균 영업이익이 209만 원으로 근로자 평균급여(329만 원)의 64% 수준인데 내년에는 200만 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의점가맹점주들 역시 지난해 195만 원에서 올해 130만2천 원으로 떨어진 월평균 수익이 내년에는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야간할증과 심야영업 중단을 검토하고 카드결제를 거부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은 이유다. 노동계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공익 안이 채택되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한다는 대통령 공약이 물 건너갔다며 아쉬워했다. 공약을 달성하려면 내년에 19.8% 인상돼야 하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다. 우선 대기업과 하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협력업체의 이익이 대기업으로 빨려가는 나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하면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기는커녕 '을과 을'의 전쟁만 초래할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권에 영향받을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지난해처럼 졸속 준비로 갈등을 키우면 곤란하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되 필요한 일자리 안정자금도 지원해야 한다. 상가임대료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시행도 서둘러야 한다. 정치권도 원활한 입법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지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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