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美기자단에 CNN·NBC 빠지자 北관리 "가짜뉴스 없겠네요"
뉴욕타임스 "북한 관료들이 미국 뉴스의 열혈 독자인 모양"
ABC방송 기자 "폼페이오, 엘튼 존 '로켓맨 CD' 가져오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 관리들이 미국의 언론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언론사를 담당하는 북한 관리가 전날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취재진 가운데 CNN과 NBC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차 안에 '가짜뉴스'는 없군요"라고 말해서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CNN, NBC 등의 매체를 향해 "가짜뉴스"라며 맹비난을 퍼붓는데 북한 관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언론 간의 갈등 관계를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광학'이라는 이름의 이 북한 관리는 또 이번 회동에서 어떤 결과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당신들 대통령이 하는 말처럼 '지켜보자'"고 답했다.
'지켜보자'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을 받거나 즉답을 피하고자 할 때 즐겨 쓰는 말이다.
NYT는 이런 에피소드를 전하며 "북한 관료들이 미국 뉴스의 열혈 독자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취재진은 다른 외교 회담과 마찬가지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회담 초반부 취재가 허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배석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 측 인사들이 평소보다 몇 분 더 있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허용해 결국 회담장을 나와야 했다.
그나마 북한이 몇 분 더 시간을 주면서 취재진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잘 잤느냐"는 아침 인사를 건네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김 부위원장의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잘 잤다. 숙소에 감사하다"고 답하자 김 부위원장은 "백화원 영빈관에는 나무와 식물이 가득해 공기가 진짜 상쾌하다. 50세 넘은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은 웃으며 "나도 포함되겠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친필 서명을 담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로 보내는 영국 가수 엘튼 존의 노래 '로켓맨' CD를 들고 방북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동행 취재진인 타라 팔메리 ABC 방송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 CD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 대표단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은 북한 당국이 평양 외곽에 공들여 지은 시설로, 작은 호수를 끼고 있어 조경이 아름답다.
건물 내부는 천장이 높고 황금색 카펫이 깔려 마치 중동의 작은 궁궐을 연상케 한다. 바깥에는 소총과 총검을 지닌 군인이 밤새 보초를 선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숙소로 백화원영빈관을 제공한 것은 극진한 환대로, 북한이 그만큼 후속 협상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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