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도박광고 전면금지 법안에 '울상'
정부 "도박중독 폐해 근절해야"…축구계 "축구 경쟁력 약화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도박중독을 뿌리 뽑기 위해 도박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하자 도박광고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프로축구 리그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최근 비정규직·임시직 억제와 해외이전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소위 '존엄법'을 새 정부의 첫 법안으로 채택했다.
이 법안에는 모든 형태의 도박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법안이 향후 의회의 표결을 통과해 발효될 경우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최초로 도박광고를 금지하는 나라가 된다.
법안을 밀어붙인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장관 겸 부총리는 3일(현시시간) "사람들의 건강과 존엄을 해치는 도박 산업이 과도하게 비대해졌다"며 "이제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 마이오 장관은 이어 "매년 수천 가정이 도박중독 때문에 거리로 나앉고 있다"며 도박중독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AS로마의 간판 선수였던 프란체스코 토티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도박광고의 모델로 출연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도박중독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10년 전보다 4배가량 증가한 약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계획에 프로축구 리그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로축구 1부리그 세리에A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박광고가 금지되면 이탈리아 축구단에 할당된 도박 회사들의 광고 예산이 해외에서 집행돼 이탈리아 축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회의 법안 표결 과정에서 이 조항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리에A 볼로냐 구단의 클라우디오 페누치 대표는 최근 일간 일 메사제로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계획은 '미친 짓"이라고 반발하며, 이 조치로 프로축구단들의 손실이 약 1억 유로(약 1천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진이탈리아(FI) 등 일부 야당 의원도 이번 조치가 이탈리아 축구의 자멸을 불러올 것이라며 "모든 축구 팬들은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FI는 민영방송 그룹인 메디아세트의 소유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이다.
이번 법안이 발효될 경우 도박광고 수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방송업계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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