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난민문제로 중대고비…극적 타협이냐 붕괴냐
기사당 제호퍼 내무 사퇴의사로 대연정 위기 심화
기민당, 기사당 달래기 나서…오후 메르켈-제호퍼 회담이 분수령
연정 붕괴 시나리오 재부상…조기 선거 가능성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집권세력 내 내홍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대연정 붕괴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이 난민정책에 대한 갈등으로 대연정을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 회원국에 망명 신청이 된 난민을 내쫓는 강경책을 추진해온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 겸 기사당 대표가 예상치 못하게 장관직 사퇴 카드를 던진 탓이다.
제호퍼 장관은 1일(현지시간) 당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지난 28∼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 주도로 이뤄진 난민문제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정상들은 마라톤 회의 끝에 합동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에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한 정상회의 기간 양자협의를 통해 14개 국가에서 망명 신청이 된 난민을 해당 국가로 돌려보내기로 해 제호퍼 장관의 정책에 일부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제호퍼 장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퇴짜를 놓으면서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호퍼 장관은 기사당 대표직까지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제호퍼 장관의 사퇴가 현실화되고 기사당이 후임자를 내놓지 않으면 대연정은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게 된다.
제호퍼 장관의 강수에 대해 메르켈 총리 측에서는 의도를 분석하는 데 분주한 표정이다.
이에 기민당 제호퍼 장관을 달래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 지도부는 오전 이번 사태에 대해 긴급회의를 한 뒤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함께 의견에 접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2일 오후 제호퍼 장관과 회담을 하고 해법을 찾을 예정이어서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연정의 소수파인 사회민주당 측에선 제호퍼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제호퍼 장관이 연방정부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다, 독일과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호퍼 장관의 사퇴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자 EU 정상회의 후 다소 잠잠하던 대연정 붕괴 시나리오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기사당이 이탈할 경우 기민당과 사민당은 소수정부를 꾸릴 수 있으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사안마다 연대할 정당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사민당이 기민당과 소수정부를 꾸릴 지도 미지수다. 사민당 강경파는 대연정 참여에 불만을 품어왔다.
기사당의 빈자리를 자유민주당이나 녹색당이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상 연정 협상을 새로 시작하는 셈이어서 이 과정에서 정국이 불안해지는 데다 협상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소수정부 구성과 새로운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경우에는 조기 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연방 하원 해산을 선언하면 60일 이내에 조기 선거를 치러야 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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