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와 반백 년 인연 이어온 전남 나주 운정마을 '눈길'
JP, 50년 전 전시회 수익금 450만원 가뭄 극복 지원
(나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반백 년 인연을 이어 온 전남 나주의 한 마을이 눈길을 끈다.
주민들은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에 총리와 추억이 깃든 마을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나주시 동강면 진천리 운정(雲庭)마을이 JP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8년 7월, 정확히 50년 전 가뭄이 극에 달했을 때다.
3년을 이어 온 가뭄에 농사는 물론 마실 물조차 제때 구할 수 없었던 당시, 공화당 의장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있던 JP가 이 마을을 찾았다.
초가지붕의 짚조차 바짝 말라 있던 모습을 본 JP는 당시 그림 전시회 수익금 전액인 450만원을 이 마을에 내놓고 떠났다.
마을 주민 김종우(63) 씨는 26일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5억원은 족히 넘을 거액이었다"며 "이 돈으로 164가구가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와 기와로 개량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당시 남은 돈 50만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하의도에서 돌을 실어와 마을 창고를 지었다.
165㎡(50평) 규모의 이 창고는 지금도 농협 창고를 제외하곤 주변에선 가장 크다.
김씨는 "돌을 실어나르는 데 영산강 뱃길만이 유일할 때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JP 돈으로 집을 고치고 DJ 고향 돌로 창고를 지은 것은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을 시사하는 것 같아 지금 생각해봐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하의도 섬돌이 창고를 짓는 데 쓰인 것은 당시에도 유명해 건축자재로 인기가 있었으며 배편이 가장 편한 운송 수단인 점도 고려됐다.
DJ와 JP는 30년 뒤 DJP 연합으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다.
벼농사 뒤 나온 짚을 대부분 초가지붕에 사용했던 마을에서는 지붕 개량으로 볏짚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자 새끼와 가마니를 짜 주변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마움을 잊지 못했던 주민들 이후 햅쌀이나 햇배가 나오면 서울 JP 자택을 찾아 인사를 드리곤 했다.
김씨는 "올해는 지난 3월 초 마을 주민과 함께 청구동 자택을 찾았는데 먼 걸음을 했다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 이름이 행정구역상 '진천리'이지만 이후 50년간 JP의 호를 딴 운정마을로 부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김 전 총리의 영결식에 맞춰 이날 오전 11시 마을에서 합동 분향을 했다.
마을 대표는 충남 장지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길을 배웅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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