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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에도 살아남은 첫 경찰청장 이철성 이번주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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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에도 살아남은 첫 경찰청장 이철성 이번주 퇴임
박근혜 정부서 임명…문재인 정부에도 유임돼 경찰개혁 지휘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전 계급 근무…탄핵 촛불집회 무사히 관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청장 최초 전 계급 근무, 정권교체 이후에도 임기 완료,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성공적 관리…….
오는 30일 정년퇴임하는 이철성(60) 20대 경찰청장의 경찰 생활 말년에 남은 이력서다. 경찰 총수로서 다사다난한 1년 10개월을 보내고 제복을 벗는 이 청장은 각종 진기한 기록을 세운 경찰청장으로 남게 됐다.
이 청장은 박근혜 정부 4년차인 2016년 7월28일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당시 청와대는 밝혔다.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사 시절 경찰 간부후보(37기) 시험에 합격해 경위 계급장을 단 뒤 경찰 내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까지 올랐다.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이후 경찰 총수 가운데 경찰 조직 내 모든 계급을 밟은 이는 이 청장이 처음이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아는 경찰청장 후보라는 점에서 일선 경찰관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1993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실이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이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결국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청장에 임명했다.
조직에 '마음의 빚'을 안고 경찰 총수가 된 이 청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을 기치로 내세워 사회 각계 갑(甲)질 횡포 단속 등 다양한 정책 개발에 나섰다. 감찰행정 개혁 등 현장 부담을 줄일 방안도 마련했다.
이윽고 이 청장 자신은 물론 경찰 조직 전체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다. 취임 약 2개월 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다.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고작 1년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촛불집회 대응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경찰은 미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강경대응하는 일 없이 집회를 최대한 보장했다.
경찰이 이같은 기조를 세운 데는 이 청장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집회 대응에 관여한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경찰 지휘부는 집회 성격과 참가자 구성 등을 볼 때 경찰이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 한 폭력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유연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여기에는 '경비통'인 이 청장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천만명이 넘는 대규모 집회가 4개월여간 이어졌음에도 경찰과 시위대 간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평화적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 파면과 작년 5월 조기 대선을 끌어냈고, 이는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박근혜 정부 인물'로 여겨지는 이 청장도 교체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새 정부는 이 청장을 그대로 둔 채 '인권친화적 경찰개혁' 추진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이는 경찰의 숙원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새 정부가 경찰에 주문한 과제였다. 이 청장은 개혁 대상이 된 정부 기관 가운데 그해 6월 가장 먼저 외부 인사들로 경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부 요구에 신속히 반응했다.
개혁위 발족식에서 그는 백남기 농민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경찰 총수의 공식 사과는 처음이었다. 이 청장은 경찰 공권력의 다른 피해자인 박종철·이한열 열사도 언급하며 강도높은 개혁을 약속했다.
이후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차벽 퇴출, 국가수사본부 설치로 수사경찰 독립성 확보, 경찰 통제를 위한 경찰위원회 실질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청사진, 정보·보안경찰 개혁 등 경찰 조직을 '수술'할 여러 방안이 속속 도출됐다.
이 청장은 재임 기간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해 숨진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찾아 헌화했고, 비록 만남이 무산되긴 했으나 전남 보성에 있는 백남기 농민 유족 집을 찾아가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몇몇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광주지방경찰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민주화의 성지' 게시물 삭제 지시 의혹, 연말 경찰 인사철을 앞둔 경찰청장 교체설 등이 입지를 흔드는 듯했지만 결국 그는 끝까지 청와대의 신임을 받았다.
이는 '이철성 지휘부'가 촛불집회의 평화적 개최에 기여해 현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고,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경찰을 흔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경찰 안팎에서는 해석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촛불집회가 무사히 치러진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의 노력을 치하한 바 있다.
남북관계 급진전을 이룬 평창동계올림픽 경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 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도출까지 마무리된 시점에 제복을 벗게 됐다.
법적 임기대로라면 오는 8월 퇴임해야 하지만, 정년이 걸린 탓에 2개월 이른 6월 말까지만 근무하게 됐다. 사실상 임기를 완료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경찰청장 중 2년 임기를 채운 이는 13대 이택순·19대 강신명 2명뿐이다. 정부가 바뀌고도 중도하차 없이 퇴직하는 경찰청장은 이 청장이 처음이다. 그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정무감각에 관운까지 더해진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 청장에 대한 조직 내 평가는 여전히 갈린다. '현장을 배려하고 조직이 살 길을 정확히 찾은 지휘관'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정권에 따라 태도를 바꿔 현장의 법 집행을 어렵게 만든 인물'이라는 상반된 견해도 존재한다.
이 청장은 수사권 조정안 발표 이후 직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국민이 주신 소중한 기회를 권한이 아닌 무거운 책임과 도전으로 여겨야 한다"며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그의 후임으로는 민갑룡 본청 차장이 내정돼 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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