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서 이미 격리된 아동 2천명 운명은…부모 찾을 수 있나
아동당국 "특별조치 없다"고 했다가 "재결합이 목표" 말 바꿔
국경보호국은 "부모 기소가 먼저"…"20일 이상 함께 구금 못해" 지적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떠밀려 미 국경에서 부모와 아동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했지만, 이미 격리된 아동 2천여 명이 부모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미성년 자녀 2천342명을 그들의 부모로부터 격리했다.
부모는 연방검찰에 의해 밀입국 혐의로 기소되는 절차를 밟게 되고, 아동은 미 보건복지부(HHS)로 신병이 넘겨져 보호시설에 격리된다.
부모와 떨어진 아동이 지내는 곳은 텍사스 주 남부 멕시코 접경 도시 엘패소에서 60㎞ 떨어진 토닐로 통관항의 '텐트시티'와 텍사스 브라운즈빌의 옛 월마트 부지 등 임시 보호시설이다.
미 CBS 방송은 보건복지부와 국토안보부(DHS), 법무부 관리들이 이미 격리된 아동과 부모의 재결합 방안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격리 철회 행정명령을 이행하는 데도 각 부처 사이에 혼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가족국 대변인 켄 울프는 CBS 뉴스에 "무관용 정책에 따라 격리된 아동을 가족과 재결합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아동 격리 지침은 철회됐지만 이미 '생이별'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부모를 되찾아주는 신속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같은 아동가족국의 선임 대변인 브라이언 매리엇은 전날 저녁 말을 바꿨다.
매리엇은 "앞서 대변인이 말 실수를 했다. 오늘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에 향후 지침을 지금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가족 재결합은 항상 궁극적인 목표였다"며 재결합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반면 실제로 국경 보안을 맡는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은 입장이 다소 달라 보인다.
세관국경보호국과 국경순찰대 관리들은 밀입국한 부모들의 기소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가족 재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측도 가족 재결합이라는 당위론에는 수긍하지만, 범법 행위를 저지른 부모를 기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국경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기소 절차 이후에 부모 또는 다른 후견인들에게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일부 아동이 이미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송됐다는 말도 나온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약 350명의 이민자 아동이 최근 두 달 사이에 뉴욕에 있는 보호시설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부모 또는 아동 한 쪽의 이송으로 인해 수백 ㎞ 떨어진 지역으로 헤어졌을 경우 '이산가족'을 물리적으로 재결합시키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법무부 관리 진 해밀턴은 미 언론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아직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이행방안이 분명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아동과 부모 재결합 절차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국토안보부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부모와 아동을 함께 수용하는 경우에도 구금 기간이 20일을 넘길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3년 플로레스 대 리노 사건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보면 구금된 이민자 아동은 정부 구금시설에서 20일 이상 수용할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 판례에 우선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측도 "합법적으로는 부모와 아동을 20일간 함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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