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에서도 전화 빵빵 터질 날 곧 온다'
울산과기원 변영재 교수팀 '금속 환경서 무선통신' 첫 개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휴대전화로 통화하던 중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전화가 끊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통신에 필요한 전파를 금속이 가로막기 때문인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이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원리를 개발했다.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평면에 무늬를 새겨넣는 것만으로 금속통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금속에 전파를 통과시키는 '전자기 유도 투과(EIT)'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EIT는 물질을 이루는 원자에 빛(전파 포함)을 쏘거나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줘서, 특정 파장을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그 파장에만 물질이 투명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전파를 흡수하거나 반사하기 때문에 전파를 통과시킬 수 없지만, EIT 기술을 쓰면 특정 파장은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금속통신을 위해서는 EIT 기술을 쓰기는 어렵다.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극저온 환경이 갖춰지거나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고강도 광학 펌프 같은 정교한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 교수팀은 극저온 환경이나 복잡한 장치 없이 EIT가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절연체 위에 '직사각형 속 사인곡선(주기적인 모양을 갖는 곡선)이 반복되는 무늬'를 새기자 특정 주파수의 전파가 금속을 통과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무늬 크기나 배치를 바꾸면 통과하는 주파수 범위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는 사인곡선 무늬가 전파를 잠깐 잡아두게 되는데, 이때 에너지가 모이면서 금속 사이를 통과하는 원리다.
변 교수는 "사인곡선 모양 무늬를 이용해 EIT에 성공한 사례는 최초로, 메타물질(자연계에 없는 특성을 가진 인공물질)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사인곡선 무늬의 형태와 크기에 따른 정확한 주파수 범위를 연구하면 전파 손실을 줄이면서 금속 통신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물리협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 최신호에 게재됐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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