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차이콥스키로 시작해 록으로 끝난 축제의 서막(종합)
클래식과 팝이 어우러진 화려한 개막 공연
윌리엄스의 '가운뎃손가락 욕설' 돌발사고도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차이콥스키에서 시작해 록으로 끝난 짧고 강렬한 공연으로 대단원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가장 먼저 대회의 시작을 알린 것은 14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 킥오프 1시간여 전에 그라운드에 등장한 트로피였다.
스페인의 레전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러시아 모델이자 자선가인 나탈리야 보댜노바와 함께 루이비통이 특별 제작한 여행 가방에 담긴 트로피를 들고 들어왔다.
이어 개막전 30분 전인 5시 30분 본격적인 개회식이 열렸다.
축구공의 육각형 무늬로 이뤄진 초록색 막이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덮고 한가운데 이번 대회 엠블럼이 그려진 무대가 마련됐다.
러시아의 유명 비올리니스 유리 바슈메트와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모스크바강에 설치된 플로팅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영상이 경기장 양옆에 마련된 스크린에 나타났다.
연주 영상이 끝나자 브라질의 축구 영웅 호나우두와 영국 팝 가수 로비 윌리엄스와 어린이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왔고, 로비 윌리엄스와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만든 공연이 이어졌다.
축구공과 푸른 잔디 등을 형상화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과 불새의 모형도 등장했다.
윌리엄스와 가리풀리나가 '에인절스'(Angels)를 함께 부를 때 32개 본선 참가국의 깃발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32개국 국기가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불새의 비늘은 '웰컴'이라는 문구로 바뀌고 그라운드 중앙에 대회 엠블럼이 펼쳐지면서 호나우두와 마스코트 자비바카가 어린이의 손을 잡고 들어와 시축했다.
이들이 찬 공인구 텔스타18은 지난 3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져 우주비행사들의 무중력 축구에 사용된 후 이달 초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이어진 윌리엄스의 흥겨운 '록 디제이'(Rock DJ) 공연은 15분가량의 개막 공연의 끝과 32일간 이어질 지구촌 축구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8만여 석 규모의 루즈니키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은 공연이 지속하고 킥오프 시간이 다가올수록 흥을 드높였다.
개막전을 치르는 러시아와 사우디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이 자국의 깃발과 유니폼으로 무장한 채 축제를 즐겼다.
현장의 관중은 윌리엄스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추면서 한껏 기분이 달아올랐지만 전 세계에서 TV로 개막식을 보던 시청자들은 다소 난감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록 디제이' 공연 도중 윌리엄스가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쳐드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힌 것이다.
윌리엄스의 이 같은 돌발 행동의 '의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해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각국 정상이 참석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개막식에 참석한 정상급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축구를 향한 사랑은 언어와 이념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한 팀으로 묶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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