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의회에 '소녀상' 최초 전시…저녁에 열린 까닭은
의회 방문객 발 끊긴 오후 5~8시 전시…"일본 측 집요한 방해 탓"
뉴욕한인회장 "3번 거절 끝에 이뤄낸 성과"…美의원 "위안부 소녀들 기억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에 '깜짝' 등장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미국 내 4곳에 설치됐지만,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연방의회에서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시내 뉴욕한인회관에서 제막식을 한 '맨해튼 소녀상'이 잠깐 옮겨와, 연방하원 방문자센터에 자리 잡은 것이다.
순회 전시를 염두에 두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맨해튼 소녀상의 첫 나들이이다.
그러나 전시는 공식업무가 끝나 의회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기는 오후 5시부터 불과 3시간 동안만 이뤄졌다.
이는 평화의 소녀상이 미 의회에 모습을 드러내 의회 방문객의 눈에 띄는 것을 반대한 일본의 집요한 방해와 무관치 않다.
맨해튼 소녀상 의회 전시를 주관한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일본 측의 반대와 방해는 말도 못할 만큼 심했다"며 "이번 전시는 3번의 거절 끝에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다.
전시 당일에도 일본 측 단체는 오전부터 의사당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 의회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소녀상 전시를 후원한 6명의 하원의원 중 한 의원 측은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을 염려하며 행사 취소를 권유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일본은 소녀상 전시를 막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미국 의원들을 압박한다"면서 "그러나 소녀상은 여성인권 침해의 역사적 상징으로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조 윌슨(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과 캐롤린 맬로니, 조 크롤리, 그레이스 맹(이상 민주·뉴욕),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크롤리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기간 한국의 소녀들이 성노예로 인권유린을 당한 것"이라며 "이 문제에 전 세계가 침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맬로니 의원은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윌슨 의원은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추 의원은 "이번 전시는 일본의 집요한 방해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강제로 성 착취를 당한 소녀들을 기억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 의원도 "한 여성으로서 위안부 이슈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오늘 소녀상 전시를 기점으로 이들의 아픔을 영원히 기억해 나가자"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욕, 캘리포니아, 조지아 주 등에서 온 교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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