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미 비핵화 싱가포르 합의, '원칙' 이상을 담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역사적인 세기의 담판이 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둘러싼 양측 간의 막판 줄다리기가 한창인 분위기다. 구체적인 양측 사전협상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들려오는 얘기로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담은 개괄적 합의를 정상회담에서 만든 뒤 세부 합의는 후속 회담으로 넘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한다. 이 정도 결과만 나오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새로운 평화와 번영이라는 긴 여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는 평가가 나올 순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론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과 관련돼 최대한 구체성이 담긴 합의문이 나오는 게 절실하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원칙도 명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명기한 판문점 선언과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명기했던 9·19 공동성명의 내용 등 북한이 기존에 받아들인 표현의 종합판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양측이 추후 교환할 조치들을 열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청사진 제시 정도로는 부족하다. 원칙적 수준의 합의나 이행을 장담할 수 없는 달콤한 약속 나열보다 향후 비핵화 협의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가 담긴 구체적 이행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과거의 실패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서로 도달할 목표 시한 정도는 북미 두 지도자가 분명히 합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양측이 원하는 소위 '좋은' 얘기가 모두 담겼다. 하지만 결국 난파선 운명을 면치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첫 정상회담의 성공적 성사를 위해 양측이 어느 때보다 진지한 협상을 하고 있는 지금, 목표 시한조차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양측 간의 지루하고 긴 줄다리기 협상의 성공을 누가 보장하겠는가.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언제 탈선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완료할 경우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추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악관 초청과 종전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이 희망하는 체제안전보장의 핵심적 조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볼 수 있겠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제 좀 더 구체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이번 회담의 의미와 중요성, 미국의 반응을 냉철히 평가하고 '통 큰 빅딜'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이진 않더라도 목표 시한을 포함한 비핵화 로드맵의 얼개는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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