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내야수 정은원 "저, 잘하고 있나요"
"정근우 선배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은원(18·한화 이글스)은 "모든 게 신기하다"고 했다.
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예상보다 빨리 1군에 올라왔고, 열심히 배우려고만 했는데 경기에도 자주 나간다. 신기하고 행복하다"고 말한 뒤 "그런데 제가 정말 잘하고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굳이 답할 필요가 없다. 한용덕(53) 감독도, 한화 프런트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정은원을 보며 밝게 웃는다.
고교 시절부터 안정감 있는 수비로 명성을 얻은 정은원은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도 '수비 잘하는 내야수'로 인정받았다.
한 감독이 최근 정은원을 주전 2루수로 택하고,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6)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만큼 정은원은 수준급 수비를 뽐낸다.
더 놀라운 건, 공격력이다. 정은원은 6일까지 타율 0.283(60타수 17안타)을 올렸다.
정은원은 "사실 고교 때 나는 평범한 타자였다"고 했다. 그는 인천고 3학년이던 2017년 71타수 24안타(타율 0.338)를 쳤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 정은원은 일취월장했다. 1군 투수들의 유인구에 배트를 참는 인내심도 배웠다.
정은원은 "프로 선배들의 변화구는 고교 투수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2군에서 뛸 때 스트라이크존에 한참 벗어난 공에 헛스윙한 적도 있다"면서도 "코치님과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영상 자료도 자주 보면서 유인구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18살의 신인 타자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고졸 신인이 타석에서 저렇게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는 게 신기하다"고 감탄한다. 한용덕 감독은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1군 무대에 적응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은원은 5월 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공략해 투런 아치를 그리며 프로 1군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KBO리그에서 친 첫 홈런이기도 했다.
화려하게 출발한 신인이 곧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2군으로 돌아가는 일은 꽤 많다.
하지만 정은원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제가 홈런 타자가 아니라서 들뜰 필요가 없었다. 1군에 살아남으려면 수비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은원은 유격수 하주석, 2루수 정근우에게 자주 묻고 배운다. 그는 "하주석 선배와는 동시에 경기에 나서는 일이 잦아 많이 배운다. 정근우 선배는 장난도 먼저 걸어주시고, 조언도 자주 해주신다"고 했다.
정은원은 가끔 선배들에게 "제가 이렇게 하면 되나요. 잘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이제 더는 그렇게 묻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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